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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6-07-16 15:10
    수축사건
     글쓴이 : 목선재
    조회 : 2,468  
    "좀 이상한데?"
    동생 뚝이가 생긴지도 벌써 5개월 쯤 된것 같다.물론 내 마음도 아직 완전히 갈피를 잡진 못했지만 그래도 처음 뚝이가 생긴날보다는 훨씬 마음이 차분해 진것 같긴 하다.요즘들어 엄만 배가 이상하다나? 은근슬쩍 걱정되긴한다.하지만 난 보기와는 달리 내가 남을 걱정하고 있는 마음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밖으로 표현하는걸 좋아하지 않아서 아직 한마디도 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말해 보았다.
     "정그러면 병원에 가보는게 어때?"
     "그래야 될라나보다 진짜....."
    진짜로 심각한 표정이기는 하였다. 만약 엄마가 집에서 쉬기만 하고 하루종일 뒹굴 뒹굴 했다면 난 전혀 걱정될일이 없었겠지만 뚝이를 가지고 나서 가게일은 더 바빠지는 바람에 어제도 11시에서 12시 사이에 들어온게 좀..... 마음에 걸리긴 했다.그리고 엄만 끝내 병원에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아담한 병원의 가는 내 마음도 흥분의 도가니(?!)였다.후후~ 난 병원에 오자마자 내 목표인 화장실로 달려들어갔다.내가 나오니까 엄만 벌써 진료를 받으러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같이가~!!"
    하고 말하며 나도 쏙 들어가 버렸다.의사선생님은 역시 진료일도 아닌데 왜 왔냐는듯 궁금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네 어쩐일로 오셨어요?"
     "아.. 배가 좀 자주 당기고 뭉치는것 같은데 그거 이때쯤이면 다 그런건가요?"
     "요즘 뭐 무리하시는일 있으세요?"
     "저야뭐 .. 늘 그렇죠(웃음)"
    처다보고 있는 내마음도 편치만은 않았다.
     "이쪽으로 들어가서 한번 봅시다."
     물론 나도 쏙~들어가 버렸다.의사선생님이 이제 제법 남산만해진 배를 만지더니 이렇게 말하셨다.
     "음.. 많이 뭉치셨네. 이거 수축 생긴거면 입원해야 될지도 몰라요."
    순식간에 분위기가 가라앉졌다.엄마는 억지로 웃듯 살짝 웃었고 나는 마음의 갈피를 못잡고 계속 병원을 여기저기 둘러보았다.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의사선생님이 무겁게 입을 여셨다.
     "아니 제가 농담하는게 아니라 진짜에요.지금 많이 뭉치셨네.3층에 가서 수축검사 받아봅시다."
     "네."
    뭐랄까 공연히 화가 난다고 해야하나?기분이 이상했다.만약 수축이 생긴게 그전에 방을 치운다고 침대에 매트리스를 빼다가 그런거라면 화가 나거나 하진 않을것 같은데 가게에 나가서 무리한것 때문에 그런거라면 엄마가 가게에 나가게끔한 장본인들을 용서할수 없을것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내가 한참동안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있는 사이에 엄마는 병실을 나가려 했다.나역시 병실에 있고싶지 않았서 빠른속도로 빠져나왔다.단정한 옷을 입고 머리를 올린 간호사 언니가 웃으면서
     "잠시만 기다리세요.윗층에 환자가 있어서요."
    라고 말했다.난 내가 볼 필요도 없는 육아잡지를 꺼내서 뒤적거렸다.그렇게 한참이 지났다.내가 볼 TV방송도 놓쳤지만 지금 그런것 쯤은 나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저 따라오시겠어요?"
    간호사 언니가 말했다.드디어 3층에 가나보다.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까지 갔다.3층에는 신생아실.분만실,수술실 등이 있었다.내가 생각했던거와 달리 아기를 낳느라 비명을 고래고래 지르는 산모는 아무도 없었고 아기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좀 실망을 하긴 했지만 지금은 실망에 빠져있을 틈이 없었다.만약 진짜 수축이라면 본격적인 집안일을 시작해본적 없는 나에게 드디어 주부시대라는것이 찾아오는게 아닌가! 한 체격 좋아 보이는 간호사 언니가 들어와서 여러 기계를 설치해 놓은다음 엄마에게
     "진통이 느껴질떄마다 이거 누르세요."
    라고 말했다.그리고 날 한번 보더니
     "딸이에요?"
    라고 물었다.
     "네."
     "우와 예쁘게 생겼다.우리는 아들만 하난데 말을 안들어서......부럽다!!"
     "(웃음)"
     그러고는 커튼을 조금 치고 갔다.기계에서 초음파로 들은 아기의 심장소리 비슷한 소리가 났다.쿵쿵쿵쿵.. 난 그소리가 상당히 안좋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런거 따질떄가 아닌것 같았다.그러면서도 그 소리가 듣기 싫어졌다.동생이 생겼다는걸 처음 알았을때보다 마음이 더 혼란스러워 진것 같았다.한 1시간쯤 지났을까? 나에게는 10년도 넘게 지난것 같았지만... 엄마와나는 다시 2층으로 내려갔다.의사선생님이 커피잔을 들고 엄마한테 흰종이에 무언가가 그려져 있는걸 보여주며 뭐라고 뭐라고 말하자 엄마는 고개만 끄덕였다.오늘만큼은 끔찍한 쉬즈 산부인과를 나오며 난 조심스래 물었다.
     "수축 어떻게 됐어?"
     "엄마 수축있어서 입원해야 된다는걸 집에서만 있겠다고 하고 그냥 왔어."
     읏! 동생이 있다는걸 처음알았을때보다 더 혼란스러운 감정을 주최할수가없었다.
     "선재가 다해야 되는데 할수있겠어?"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수축이 있다는건 화나면서도 슬픈일이지만.. 그래도 웬지 소녀 가장이란 재미있을것 같을것 같기도 하다.이렇게 해서 나의 소녀 가장 시절은 시작되었다!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그릇도 깨고... 지금 내 옆에서 손을 움직이며 찡얼거리는 동생을 보면 그때의 수축사건은 추억이 아닌가 싶다.이때부터 동생을 출산할때까지는 엄마가 조심조심 한 탓에 별일이 없었다.그래서 다음에는  6,7,8,9개월을 넘어서고 출산으로 갈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