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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7-02-10 21:45
    종찬이의 100일
     글쓴이 : 목선재
    조회 : 5,005  
    이제 신생아때처럼 밤낮이 바꿔 취침시간이 오후 12시가 되는것도 기껏해야 새벽 2시로 줄고 애교도 많아진 3개월 이다.이제 그럭저럭 웃기도 하고 어설프게 나마 애교를 부릴줄도 알아 클수록 종찬이는 나를 포함한 가족들에게 귀여움을 얻고 있다.생각도 안했다가 얻은 동생이라 경황도 없고 그다지 달갑지도 않았는데 이제 종찬이는 이집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어버렸다.그렇게 귀여움속에서 종찬이는 어느덧 100일을 맞이했다.오늘은 집에 손님들이 오시기로 하신 날이다.할머니께서는 정신없이 음식 장만을 하셨고 엄만 종찬이 보랴.할머니 도와드리랴 동분서주하게 움직였다.증조할머니.증조할아버지.고모할머니.작은할아버지 등 많은 가족이 종찬이의 100일을 축하해 주러 오셨다.우리집 7대종손 종찬이.한참 종찬이를 질투할때 엄마말을 들은뒤로 있지도 않아야 할줄만 알았던 종찬이가 차지하고 있는 종손이라는 자리.우리집 가문을 빚낼거라는 그 높디 높은 자리.그자리가 마땅히 종찬이의 것이여야만 한다고 한번도 생각하고 반성해본적은 없다.언제나 나보다 높은곳에 있는것만 같은 그자리를 질투하고,마땅히 내가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지금까지도.그렇다고 해서 축하해주러온 손님들이 달갑지가 않다거나 그전처럼 아무일도 못할만큼 종찬이가 밉다거나 그런건 아니다.그냥 마음한구석으로만 무의식적으로
     '종찬이를 이겨야 한다...'
     그런 생각이 가끔 든다.예를 들면 내 일을 하고 있는데 종찬이의 취침시간으로 못하게 됬다거나,손님들이 축하해 주러 왔다거나
     "남자낳아서 좋으시겠어요"
     라고 누군가 말했을때 라던가... 유모차에 도도하게 앉아 손님들의 인사를 받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종찬이.또 그런 종찬이를 축복해 주는 손님들.
     '질투' 무서운것 같지만 해보면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고 유치하다고 생각되는 감정.종찬이의 손에 오만원을 쥐어주시는 증조할아버지를 보고서 이맛살을 한번 찌푸렸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저었다.원래 누구에게나 축복받는 날이란 있는 것이다.내생일날 손님들이 나에게 축하인사를 하며 용돈을 줄때 종찬이가
     '난 누나를 꼭 이길꺼야!'
     하고 생각한다면 난 얼마나 난처하겠는가?그렇다.오늘은 종찬이가 축복받는 날이다.만약 아무도 종찬이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백일잔치에도 아무도 안오고,나에게도 종찬이는 신경쓰지 말라는 말을 한다면..그땐 분명 지금이순간 은근히 바라는 일이라도 휴유증이 남을것이다.종찬이의 성격이 삐뚤어지고.종찬이가 날 미워하고.나와 자신은 아무관계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될것이고...조금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난 그것을 원하는게 아니라는것을 알수있다.머리속이 맑아졌다.이제 이런 잡생각을 털겠다.오직 종찬이를 축하해주는데만 심혈을 기울이겠다!종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종찬이는 날보며
     "헤....헤에"
     하고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나자신을 바보로 만드는 일은 이제 하지 않겠다.난 종찬이를 사랑하는게 분명하다.난 종찬이의 하나뿐인 누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