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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6-01-19 22:16
    내 친구 세영이
     글쓴이 : 주중연
    조회 : 4,224  
    내 친구 세영이
                        거제고현중 2학년 1반 박성호

    얼마 전 내 친구 세영이는 나보다 먼저 아주 긴 여행을 떠났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불의의 사고로 허무하게 떠나 버렸다. 큰 충격이었다. 세영이와 나는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이자 형제 같은 사이였다.

    초등학교 때 갑자기 부모님이 할머니 댁으로 가시게 되었다. 하필이면 그 날 나는 집 열쇠를 잃어버려 문 앞에 앉아서 울고 있었다. 그 때 세영이가 와서는 열쇠 찾는 것을 도와준다고 했다. 신통하게도 세영이는 열쇠를 찾아주었고, 내가 점심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프다고 하자 자신의 저금통을 털어서 통닭을 시켜주었다. 그 때 우리는 친한 사이가 아니었는데도 이렇게 친절을 베풀어주는 세영이가 너무 고마웠다. 그게 세영이와의 첫 만남이었던 것 같다.

    그 뒤로 나는 세영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애썼고 그러다 보니 우리 둘은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정말 둘도 없는 단짝이었다. 수업시간에 장난으로 세영이 책에 “you die"라고 적으면 세영이는 그것을 재밌게 “you have a diary”라고 고쳐 쓰고는 나를 즐겁게 하였다. 친구들은 우리 둘을 보면 형제 같다고 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세영이가 정말 나의 형제였으면 하고 생각했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우리 둘은 조금씩 멀어지게 되어 장학교실에서만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도 길지 않았다. 나는 성적이 오르지 않아 장학교실을 그만두게 되었고 그렇게 자연스레 우리 둘은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일년 전 내 생일 파티에 세영이를 초대했었다. 세영이는 초등학교 때, 우리 둘이서 모으던 zoids라는 조립 로봇을 생일 선물로 주었다. 그 로봇은 우리의 추억이 듬뿍 담긴 로봇이었다. 그 날 세영이는 “내년 니 생일 때는 니가 원하는 거 사줄게. 지금 초라해서 미안하다.”라고 했다. 그렇게 세영이는 나를 정말 좋아해 주고 진심으로 생각해주었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집에 너무 늦게 귀가해 쫓겨난 적이 있었는데, 세영이가 통로 앞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집에 아무도 없으니 자고 가라고 했다. 나는 염치없이 세영이 집에 갔다. 그런데 세영이 동생의 눈길이 심상치 않았다. 아마도 다른 사람이 자신의 집에 들어오는 게 싫어서 그랬던 것 같다. 세영이는 그것을 눈치채고는 동생을 혼내더니 방으로 들여보냈다. 정말 무안하고 미안했다. 그래서 얼른 뛰쳐나가고 싶어 일어서는데 세영이가 사과를 했다. 그 뒤로도 세영이는 나에게 많은 것들을 베풀어주었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갚을 길이 없다. 그저 바보같이 받기만 하고...

    세영이의 사고가 나기 이틀 전에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 나는 영한사전이 필요해 세영이에게 사전을 빌렸고, 이틀 뒤에 가져다 준다고 했다. 이틀 후, 청천벽력 같은 전화가 걸려왔다. 세영이의 죽음... 처음엔 장난으로 받아넘기고는 무시했다. 그런데 갑자기 불안해지고 이유 없이 답답해졌다. 할 수 없이 친구와 택시를 타고 백병원 장례식장으로 갔다. 정말 그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난 믿지 않았다. 아니, 믿어지지 않았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세영이의 사진이 벽면에 붙어있었다. 쓰러져 계시는 세영이 어머니... 모두 울고 계시는 친척 분들... 나는 조용히 절을 하고는 소리 없이 나왔다. 이상하게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토록 친했던 친구가 죽었는데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난 세영이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잠을 자고 일어나서 학교에 갔지만 하루종일 기운이 없고 허전했다. 모든 것이 허무했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학교를 마치고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세영이는 정말 좋은 곳으로 떠났다...”

    그제야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형제 같았던 친구가 이젠 내 곁에 없다고 생각하니 쉴틈 없이 눈물이 났다. 며칠동안 길을 가다가도 눈물이 나고, 수업시간에도 눈물을 쏟았다. 친구를 잃은 아픔이 이런 것일 줄이야...

    졸업앨범을 펼치는 순간, 환하게 웃고 있는 세영이가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허무하게 갔는지, 왜 떠나야만 했는지 묻고싶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택한 세영이... 하지만 나는 세영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다시 만나도 우린 여전히 형제 같은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난 영원히 세영이를 사랑할 테니... (2004년 학교신문에 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