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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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6-05-10 07:59
    감사드립니다.
     글쓴이 : 이주영
    조회 : 6,201  
            5월 5일!
    서울시에서 마련한
    제84회 어린이날 행사 때문에 경희궁에 가 있는데
    5시쯤 딸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할아버지가 쓰러지셔서 119를 불렀다고-
    황망히 집으로 오는데 또 전화가 왔어요.
    119에서 와보고 이미 운명하셨으니 병원으로 모셔야 한다고-
    평소 다니시던 아산병원으로 옮겨달라고 부탁하고 나니
    정말 황당했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운동 다녀오셔서
    옥상에 올라가 채소를 돌보시고
    다녀오겠다고 인사하니 웃으시면서
    “그래, 심사 잘하고 차 조심해”
    하셨는데-  더구나 일요일 어머니 생신 때문에 식구들이 모두 모이기로 한 날인데.
    그냥 멍하고, 눈물도 안 났어요. 허둥지둥 택시를 타고 아산병원 응급실에 가니
    하얀천으로 얼굴까지 다 덮어놓았다가 내가 들어가니 의사가 와서 진단을 해요.
    얼굴을 뵈니 돌아가신 것 같지 않고 빙긋이 웃으시면서 주무시는 것 같아요.
    이마를 짚어보니 조금 차갑기는 해도 아직 살아계신 것 같았어요. 볼도 평소처럼 부드럽고.
    의사가 나가고, 아내하고 아들은 의사한테 쓰러질 당시 상황 설명을 하러 나가고
    혼자 있는데-아무리 아버지 가슴을 쓸어내려도 숨이 돌아오지 않아요.
    그때서야 눈물이 쏟아지고, 한번 터진 울음을 그칠 수가 없더라구요.
    병원 직원이 안치실로 옮기러 올 때까지 울었는데, 처음에는 너무 황당하고 슬퍼서 울었는데, 나중에는 울면서도 점점 다른 생각이 나요. 장지를 어떻게 하지? 이제 어머니 병간호를 어떻게 하지? 내가 더 꼼짝 못하게 생겼구나, 다음 주에 가기로 한 이오덕 발자취를 찾아서 기행은 어떻게 하지? 내일이나 모래까지 넘겨 주기로 한 원고들은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자잘한 걱정이 일어나고, 그런 생각이 자꾸 떠오르는 내가 어처구니가 없고 아버지한테 죄스러워 더 울음을 멈출 수가 없더라구요.
    안치실에 안치하고, 영안실을 정하고, 전화를 받은 큰댁 종손 형님이 황급히 달려와서 장례 절차하고 장지에 대한 의논을 하고, 급히 몇 군데 알리고----왜 그리 상주가 해야 할 자잘한 일이 많은지----
    자정이 되어서야 오남매가 다 모여서 안치실에 내려갔는데, 여동생이 실신해서 응급실로 가고, 집에서는 어머니가 자꾸 아버지 보러 오시겠다고 떼를 쓰니 어떻게 하느냐고 전화가 오고-형제들 사이에서 어머니한테 돌아가신 것을 알리고 모셔 와야 한다는 의견과 아직은 알리면 안 되고 더구나 모셔왔다가 같이 쓰러지시면 어떻게 하느냐는 의견이 엇갈려 판단하기가 어려웠어요. 새벽 3시가 되어서야 나는 결단을 내렸지요. 어차피 아시게 될 테니까 어머니 소원대로 오시게 하자고. 그리고 객실-마침 아산병원에는 장례식장 4층에 객실이 있더군요-을 빌려서 장례 동안 식구들이 오르내리면서 모시자고.
    어머니가 오셔서 휠체어를 타고 영안실 앞에서 울다가 안치실로 가셨는데, 나는 따라가지도 못했어요. 맏상주가 할 일이 많기도 하지만 차마 어머니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손자들이 모시고 갔다가 객실로 가고, 새벽 6시 무렵부터 조문객들이 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들어오시는 분마다 비가 와서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는 거예요. 더구나 일요일까지 비가 많이 온다고 하면서, 그때부터는 조문받느라 정신이 없더라구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어요. 6시부터 7일 새벽까지-.조문을 받으면서도 비가 쏟아져서 장례를 어떻게 할까? 하루 더 연기할까? 고민했는데 6일 자정을 넘으니까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새벽에는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대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지요. 장례식 날은 너무 날씨가 좋았어요. 모두 돌아가신 분이 덕이 많아서 자식들 고생 안 시키려고 병도 앓지 않으시고 돌아가시고, 날씨도 이렇게 화창한 거라고들 해요. 정말 안치실에 들어가신 시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가 내가 장례를 하루 미룰까 고민하던 때부터 빗줄기가 수그러 들어 장례식 날에는 언제 비가 왔냐고 할 정도니 아버님 덕이지요.
    지나고 나기 창졸간에 당한 일이라 너무 황망해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많은데, 많은 분들 걱정과 염려와 도움으로 아버님 상례를 무사히 치루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