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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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5-04-09 10:27
    닭꼬지
     글쓴이 : 구자행
    조회 : 5,401  

    닭꼬지

     

    한 주가 끝나 가는 목요일 아침, 우리 교실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방송으로 영어 듣기를 끝내고 가만히 앉아 있다.

    얘들아, 한 주가 퍼뜩이지.”

    목소리에 힘이 없다.

    지내기는 어때?”

    힘들어요.”

    맨 앞에 앉은 반장 승연이가 여전히 힘 빠진 얼굴로 대꾸한다.

    뭐가 힘들까? 힘든 게 뭔지 하나씩 들먹여보자.”

    오늘 1교시가 화학으로 시작한다는 거.”

    미적분하고 확률과통계, 수학이 두 시간 들었다는 거.”

    보충에 영어를 두 시간 달아서 한다는 거.”

    여기저기서 푸념을 늘어놓는데 들어보니 그렇구나싶다. 모두 마음이 꽉 막혀 있다.

    그런데도, 봄비 살살거리는 아침에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얘들아, 그래도 좋은 일이 하나쯤 있을 거 아니니?”

    없어요.”

    잘 생각해 봐라. 하나쯤은 있을 거야.”

    아무도 말이 없다.

    오늘 내 수업 한 시간 들었잖아.”

    에에

    그건 아니라고, 모두 웃으면서 고개를 흔든다.

    아무도 날 기다리는 사람은 없나 보네.”

    그때다. 눈을 반짝이며 승연이 나선다.

    있어요. 오늘 점심에 닭꼬지 나와요.”

    ! 맞다. 닭꼬지.”

    승연이 말에 시든 풀들이 일제히 고개를 든다.

    그래 그렇구나. 내가 닭꼬지보다 못하구나.”

    그제서야 아이들이 함박 웃었다.

    (2015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