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꼬지
한 주가 끝나 가는 목요일 아침, 우리 교실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방송으로 영어 듣기를 끝내고 가만히 앉아 있다.
“얘들아, 한 주가 퍼뜩이지.”
“예”
목소리에 힘이 없다.
“지내기는 어때?”
“힘들어요.”
맨 앞에 앉은 반장 승연이가 여전히 힘 빠진 얼굴로 대꾸한다.
“뭐가 힘들까? 힘든 게 뭔지 하나씩 들먹여보자.”
“오늘 1교시가 화학으로 시작한다는 거.”
“미적분하고 확률과통계, 수학이 두 시간 들었다는 거.”
“보충에 영어를 두 시간 달아서 한다는 거.”
여기저기서 푸념을 늘어놓는데 들어보니 ‘그렇구나’ 싶다. 모두 마음이 꽉 막혀 있다.
그런데도, 봄비 살살거리는 아침에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얘들아, 그래도 좋은 일이 하나쯤 있을 거 아니니?”
“없어요.”
“잘 생각해 봐라. 하나쯤은 있을 거야.”
아무도 말이 없다.
“오늘 내 수업 한 시간 들었잖아.”
“에에”
그건 아니라고, 모두 웃으면서 고개를 흔든다.
“아무도 날 기다리는 사람은 없나 보네.”
그때다. 눈을 반짝이며 승연이 나선다.
“있어요. 오늘 점심에 닭꼬지 나와요.”
“아! 맞다. 닭꼬지.”
승연이 말에 시든 풀들이 일제히 고개를 든다.
“그래 그렇구나. 내가 닭꼬지보다 못하구나.”
그제서야 아이들이 함박 웃었다.
(2015년 3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