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7-01-21 20:52
이 오덕 글모음-삶․문학․교육/종로서적/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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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주영
조회 : 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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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덕 글모음-삶․문학․교육/종로서적/1987
차례 머리말 제1부 ‘아빠’라는 말 잘못을 보고 배우게 겨레의 앞날이 걱정되는 아이들 무엇을 어떻게 쓰게 할까 글쓰기 교육에 대한 견해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우리 모두의 살 길을 여기서 찾아야 아이의 글쓰기와 어른의 문학작품 쓰기가 어떻게 다른가 모국어, 어디로 가는가-아이들의 글을 통해서 본 우리 말의 위기
제2부 오늘의 현실과 아동문학 우리의 아동문학은 어떤 어린이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까 무엇을 쓸 것인가-아동문학의 주제와 소재 전래동화의 문학적 가치 박해당하는 어린이와 아동문학 현실, 그 무한한 창조의 원천-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삶과 문학
제3부 ‘세계명작’ 어떻게 읽힐까 교사와 아동문학 문학교육 어린이에게 책을 읽히려면 좋은 책을 골라 주는 방법-어머니와 책 선택 어린이 책의 편집․그림․문장 어린이 마음의 문학-이 원수 선생의 문학에 대하여 지방에서 글을 쓰는 분들의 모임에 바라는 것-「안동문학」에 붙여
제4부 삶을 가꾸는 교육 자기 목숨 자기가 지켜야 일하기 중심의 교육과정 농촌의 문화와 교육 농촌의 삶을 인정해 주는 교육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 전문대학의 교육을 생각한다
제5부 자랑스런 우리의 고전-이 원수 동시 전집에 붙여 인간과 생쥐의 대화로 엮은 철학-권 정생 동화집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를 읽고 에밀과 우리의 아이들-성 내운 지음 「인간 회복의 교육」에 대하여 처음으로 나온 교사 중심의 교육 무크-「교육 현장」 서평 동심의 사상-크리슈나무르티의 「삶의 진실」에 대하여 국토의 민중, 민중의 국토-박 태순의 「국토와 민중」에 대하여
머리말 여기에 모은 글들은 정직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를 지키고 키워 가려는 교육과 문학에 관한 생각을 쓴 것들이다. 제1부는 아이들의 말과 글쓰기 교육의 문제를 다룬 글들이고, 제2부는 아동문학에 관한 것, 제3부는 독서 교육에 관한 것, 제4부는 일반 교육 문제를 얘기한 것, 제5부는 서평-대강 이렇게 엮었다. 이렇게 아이들을 위한 문학과 교육에 관한 글을 한데 모으니 이 두 가지가 딴 것이 아니구나 하고 새삼 느껴진다. 그렇다. 문학과 교육은 아이들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기 위함이란 점에서 하나의 영역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교육은 문학으로 또는 문학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바라직하며, 아이들의 삶을 보여 주는 문학은 가장 믿을 수 있는 교육이 된다. 이 책을 읽는 교육자들은 어린이 문학에 대한 이해를 좀더 깊이 해주기를, 그리고 아동문학자들은 교육의 문제를 심각하게 걱정해 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해야만 문학과 교육은 다같이 그 영토를 넓혀서 아이들을 참된 인간으로 키워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워낙 생각이 얕은 데다 바쁘게 쓴 글들이라 미숙한 점이 많은 줄 안다. 독자 여러분의 충고와 가르침을 기다릴 뿐이다. 1987년 6월 이 오덕
인간과 생쥐의 대화로 엮은 철학 - 권 정생 동화집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를 읽고
이 동화집은 조그만 시골 예배당 문간방에 더부살이로 있는 종지기 아저씨와, 그 아저씨 방에 들락날락하는 한 마리 생쥐와의 대화로 엮어진 15편의 연작동화다. 어쩌나 토끼․참새․붕어․염소들이 대화에 끼어 들기는 하지만 그것은 잠간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두 주인공의 대화가 얘기를 펼쳐 놓고 있다. 생쥐가 사람과 말을 하는 것부터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얘기이지만, 때로는 달나라에 배를 저어 가기도 하고, 때로는 하늘 나라에 가서 천사와 하느님을 만나고, 지옥을 구경하면서 생쥐와 종지기 아저씨가 주고받는 얘기는, 이치에도 안 맞고 시간과 공간이 뒤죽박죽으로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읽는 이는 하나의 우스개나 거짓말 얘기인 줄 알면서도 재미가 나서 읽게 된다. 웃으면서 읽는 가운데 웃을 수 없는, 결코 웃고만 있을 수 없는 진실이 그 속에 담겨 있다. 그 진실은 읽는 이의 가슴에 파고 들며, 양심을 찌른다. 때로는 어이가 없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다. 이 작품들에서 작가가 밝히려고 하는 것이 두 가지라고 생각된다. 그 하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허구성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의 주인 노릇을 하는 인간의 어처구니없는 위선적 삶이다. 앞의 문제에서 작가는 오늘날의 정치․종교․교육 등이 덮어쓰고 있는 허울을 용서없이 벗겨 보이며, 뒤의 문제에서는 사악한 인간의 범죄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종지기 아저씨는 바로 이 두 가지 인간의 모순점을 한 몸에 스스로 안고 살아가는, 허수아비 같은 이 시대의 인간으로서, 인간의 허위와 악을 순수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조그만 생물인 생쥐에게 계속 비판당하고 추궁당한다. 신변적이고 자전적인 동화라고 생각되는 이 작품에서 종지기 아저씨는 말할 것도 없이 작가 자신이지만, 생쥐 또만 작가의 한 분신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 작가의 내면 세계-인간적 문학적 고뇌의 세계를 보게 된다. 자신의 인간적 약점을 비판 고발하는 일을 통해 사회와 인간의 악을 밝혀 보이려고 한 이 작품에서 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동화작가의 고뇌의 철학을 읽게 되는 것이다. 이 연작동화는 마지막에 가서 종지기 아저씨와 생쥐의 유언으로 끝맺고 있다. 먼저 ‘유언’에서 종지기 아저씨는 생쥐에게 자기가 죽으면 몰약을 구해서 몸에 발라 산골짜기 풀밭에 조용히 누워 있게 해 달라고 한다. 그것은 썩지 않는 존재로 영원히 남아서 꽃 피고 새 우는 풀밭 위 하늘을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싶다는 말이다. 여기서 인간은 끝까지 그 어리석고 추악한 이기적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정작 생쥐는 먼저 죽어서 종지기 아저씨 앞으로 유언의 편지를 남기고 있는데(‘꽃이 피어나고 있어요’), 그 글은 땅 위에서의 참되고 아름다운 삶을 말하는 이 작가의 세계관․인생관이 어린이들도 알 수 있는 밀도 짙은 말로 씌어 있다. 이 동화집은 국민학교 상급생이나, 독서력이 좀 붙은 중급생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고 읽혀야 한다고 생각되지만, 주로 중고등학생들에게 참삶을 일깨워 주는 책으로 권하고 싶다. 끝으로 ‘만물의 영장’이란 작품에서 한 대문만 소개한다. 생쥐와 붕어가 인간의 거짓을 얘기하면서 풍뎅이와 땅강아지와 하루살이들과 어울려 춤추는 것을 본 종지기 아저씨가 저도 몰래 끌려 들어가 겅중겅중 춤추는 대문이다.
“얼씨구 절씨구!” 뭐 이젠 아저씨도 인생이고 만물의 영장이고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한 마리의 하루살이고, 풍뎅이고, 물고기였습니다. “얼씨구 절씨구!” 둥둥 날아다니는 구름 같고 무지개 같았습니다.
모든 거짓 놀음을 버리고, 욕망과 아집을 버리고 자연 속에 들어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장 선하고 참된 삶이며, 그것만이 인간의 희망이 될 수 있음을 말하려고 한 것이다. 오늘날의 아동문학이 아이들을 온실 안에 가두어 놓고 어른의 장난감으로, 병신으로 만들거나 서양아이로 만들어 놓는 것이 될 수 없고, 참된 인간의 마음, 민족의 마음을 가지도록 하는 문학이 되어야 한다면, 마땅히 이 책은 모든 우리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읽혀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 1985.9 (p.340~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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