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6-07-26 23:32
글쓴이 :
이주영
조회 : 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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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일을 하고 글을 쓰면 콩 타작/상주 청리 3년 김용구-젖먹이도 일하는 타작 마당 깔비/성주 대서 1년 박노정-일과 놀이와 공부 고추 따기/경산 부림 6년 이호인-슬기롭게 살아간 어린이들 고구마 줄기 나르기/안동 임동동부 대곡분교 3년 김용환-농사일과 우리 말 2. 조금 전에 있었던 일 어머니 아버지/달성 옥포 2년 이은주-좋은 글감이 따로 있을까요? 엄마/달성 목포 1년 김신의-겪은 일을 잘 알 수 있도록 쓴 글 도시가스 폭발/파동 6년 김성환-어떤 장면을 보여 주어야 3. 오늘 겪었던 일 반찬 싸움/율하 5년 정준영-잘 알 수 있도록-정직하고 정확하게 봄이 왔어요/대전 신흥 6년 김효선-어느 날의 일기를 글감으로 하여 쓸 때 목욕탕에서/경기 문원 3년 최혜림-생각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글 4. 주고받는 말 아버지의 잔소리/속초 온정 6년 이금녀-주고받는 말 적기 수영장에서/경기 문원 3년 최혜림-글쓴이의 마음이 나타나는 글 일기/삼척 도경분교 4년 김순이-주고받는 말에 살아나는 글 5. 참된 사랑 회의/서울교대부속 1년 조방실-어른보다 착하고 어진 마음씨 꼬리 잘린 도마뱀/여수 여문 4년 남수현/‘내가 찾은 보물’책 이야기 힘내라 비둘기/대구 대명 6년 박해준-비둘기에 대한 사랑이 넘쳐 있는 글 옛 기억/파동 6년 김성환-마음속의 고향 그리기 6. 느낌과 생각 세상은 참 무섭다/삼성 4년 곽철정-사람이 왜 자꾸 나빠질까요? 장날/상주 모서 5년 강유미-시골을 보는 눈 공부/대청 3년 황찬웅/제 생각대로 살아 가세요 7. 생각과 의견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대구 대명 6년 한승환/무엇이든지 실제로 해 보아야 놀이 기구를 늘이자/경산 중앙 4년 김도엽-하고 싶은 말을 쓰기만 하면 될까요? 8. 자기를 알린다 내가 좋아하는 것/용지 2년 박주영-한두 아이에게 들려주는 말 우리 식구/서울 방배 1년 김고은-정다운 식구 이야기 9. 책 읽고 느낌 쓰기 ‘몽실 언니’를 읽고/대구 대남 5년 송근민-독서 감상문에 대하여 불행한 사나이-‘장발장’을 읽고/대구 대남 6년 전승만-쉬운 말, 어린이 말로 써야 ‘나뭇잎 교실’을 읽고/서울 성북 5년 도현민-독서 감상문과 편지글 쓰기 10. 남의 글을 따라 써서야 뽀롱이와 뽀롱이 엄마/5년 조희숙-실제 사물을 보고 쓰세요 어른들은 다 똑같다/5년 송주호-이런 글은 안 쓰는 것이 좋겠어요 11. 상 받은 글, 어떤 글인가 소중한 반성/포항제철동 2년 홍상현-잘 쓴 대문과 고쳐야 할 말 아버지/김천 동부 2년 김수진-믿음직스런 마음과 어른스런 말 나무와 별/과천 4년 이지연-재주를 부려서 지어낸 글 12. 우리 말 살려 쓰기 언니의 우애/경기 안평 2년 변미나/알아들을 수 있어야 우리 말 선생님 사랑해요/상주 옥산 4년 김미정-‘사랑’이란 말에 대하여 13. 시가 되는 글, 될 수 없는 글 벌레/서울 구의 4년 남아름-‘징그럽다’와 ‘곤지랍다’ 때림/인천 용현남 4년 김철민-힘으로 살면 동물보다 못해 마늘 까기/광명 하안 3년 조석현-시와 이야기글(줄글) 장사/경산 부림 6년 김인식-시를 쓰면서 크는 어린이들 싹이 트네/경기 고양 행주 4년 김룻-이야기를 만들지 말고 가을 풍경/경주 계림 3년 최동그라미-이 글이 어째서 시가 안 될까요? 머리말 선생 노릇을 그만두고 교문 밖으로 나온 지도 10년이 더 지났지만 요즘도 집 밖에만 나가면 아이들을 만난다. 며칠 전에는 아파트 옆길을 가는데, 몇 걸음 내 앞에 가던 네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무엇을 휙 발밑에 버리고는 마음에 켕겼는지 뒤를 돌아보았다. 그 아이는 과자를 먹고 있었고, 땅에 버린 것은 과자를 싼 종이였다. 어른이 그랬다면 나는 예사로 보았을 것이다. 중학생이 그랬다고 해도 그렇게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제는 어디를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길가에서 한 아이가 발로 무엇을 자꾸 짓밟고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개미집이었다. 밟혀 죽은 개미들과 아직 살아서 어쩔 줄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개미들이 새까맸다. “너 왜 이래? 개미도 집이 있고 식구가 있고 형제가 있어. 그래서 열심히 일하면서 살고 있는 거야…” 나는 한참 타일렀다. 그리고 이만하면 알아들었겠다 싶어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몇 걸은 오다가 돌아보았더니 그 아이는 또 개미를 짓밟고 있는 것 아닌가. 나는 되돌아갔다. “너 학교 다니니?” “예.” “몇 학년이지?” “1학년요.” “1학년이면 개미도 사람과 같이 목숨이 있다는 걸 배웠을 텐데…/ 너무 힘센 사람이 와서 발로 짓밟으면 좋겠니? 팔다리가 부러지고 떨어지고 해도 좋겠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아이를 달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어 보내는 것뿐이었지만, 걸어오는 길이 서글퍼서 어찌할 수 없었다. 아침마다 상가 앞을 지나면 너댓 살짜리 아기들이 똑같은 모양과 색깔의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는 유아원 선생님 앞에서 한 줄로 서 있다. 뒤에 오는 애들을 기다리는 것이다. 내 눈에는 그 애들이 꼭 묶여 서 있는 죄인처럼 보여서 숨이 탁 막힌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우리말도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서 꼬부랑 서양 말을 배워야 하고, 어른들 흉내 내는 거짓글 지어내기와 논술문 쓰기에 시달리면서 그 마음이 모두 무섭게 병들고 있기 때문이다. 참된 사람이 되기 위한 글쓰기 공부를 하는 이 책의 이름을 <어린이를 살리는 글쓰기>라고 한 까닭이 이렇다. 어린이 여러분! 부디 이 책을 잘 읽어서 정직하고 자유로운 글쓰기로 자기 목숨을 온전하게 키워가 주세요. 1996년 8월 이오덕 목욕탕에서 경기 문원 3년 최혜림 오늘 1시에 목욕탕에 갔다. 엄마와 동생이랑 함께 갔다. 엄마가 동생을 업고 가고, 나는 짐을 들고 갔다. 목욕탕 안에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아이들도 있었다. 처음에 자리를 맡고 샤워를 한 다음, 동생과 함께 온탕으로 들어갔다. 동생은 물장난을 하며 놀고, 나는 온탕에 들어갔다가 30초쯤 지나면 냉탕으로 들어가고, 또 30초쯤 지나면 온탕으로 들어가곤 했다. 몇 분 있다가 탕에서 나와 몸에 비누칠을 하고 머리를 감았다. 그리고 빗으로 머리를 빗었다. 또 한 번 더 샤워를 했다. 그리고 목욕탕 밖으로 나와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았다. 그런 다음 옷을 입고 있는데, 엄마가 동생을 데리고 목욕탕 밖으로 나오자마자 냉장고 속에 들어 있는 미에로 화이바를 꺼내 마셨다. 나도 미에로 화이바를 꺼내 마셨다. 엄마가 아줌마께 1400원을 드렸다. 동생과 나는 머리를 말리고 몸무게를 재어 보았다. 엄마도 함께 재었다. 엄마는 60, 동생은 13.5, 나는 16.5였다. 엄마, 나, 동생은 짐을 챙겨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2시였다. 글 이야기 - 생각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글- 1시부터 2시까지, 목욕탕에 갔다 온 이야기를 썼는데, 한 시간 동안에 한 일을 차례로 차근차근 잘 알 수 있도록 쓴 좋은 글입니다. 목욕탕에 누구하고 갔는가, 갈 때 무엇을 들고 갔는가, 가서 목욕을 어떻게 하였는가, 마치고 나올 때 무엇을 하였는가 하는 것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더구나 목욕탕 안에서 한 일을 하나하나 잊지 않고 썼고, 몸무게를 달고는 엄마와 동생과 자기의 몸무게를 잊지 않고 적어 놓은 것도 잘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이 가장 남다른 점은, 자기가 본 것과 한 것만을 쓰고, 생각한 것이나 느낀 것은 조금도 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글월이 모두 19개가 되는데, 느낌이나 생각을 쓴 글월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런 글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남다르다고 한 것입니다. 보통 누구든지 자기가 겪은 이야기를 쓰게 되면, 보고 듣고 일하고 논 것뿐 아니라 생각한 것도 여기저기 조금씩 들어가기 마련이고, 그것이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야기글에서 느낌이나 생각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조금씩 들어가지 않고, 본 것이나 한 것보다 생각을 더 많이 써놓은 글을 흔히 봅니다. 물론 감상문이라 해서 느낌이나 생각을 중심으로 쓰는 글이야 마땅히 그렇게 되겠지만, 겪은 일을 이야기로 적는 글에서는 어디까지나 보고 들은 것, 한 것을 차례로 잘 알 수 있게 써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쓰지 않고 무슨 글이든지 생각을 자꾸 늘어놓으면 영 재미가 없는 글이 됩니다. 이런 글을 쓰게 되는 까닭은 잘못된 가르침을 받은 때문입니다. 어떤 선생님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보고 들은 것이나 한 것만 써서는 좋은 글이 안 된다. 반드시 생각한 것을 써야 한다. 생각한 것을 많이 쓸수록 좋다.” 이것은 잘못 가르치는 말입니다. 이런 가르침을 따라서 생각을 자꾸 쓰려고 하면, 그만 자기 생각이 아닌 남의 생각, 책에서 읽은 것이나 어른들이 가르쳐 준 생각을 쓰게 됩니다. 그러니 재미없는 글이 될 수밖에 없지요. 또 생각이라는 것에 잡혀 있으면 어느새 ‘보고 들은 것, 한 것’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쓰는 일은 잊어버리거나 대수롭잖게 여기게 됩니다. 글쓰기에서는 역시 이렇게 보고 들은 것, 한 것을 차근차근 잘 알 수 있게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공부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도록 지도한 선생님은 어쩌면 “이번에는 자기 생각은 한 마디도 넣지 말고 한 것, 본 것만 써 보아라.” 고 일부러 말해 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해서 쓴 글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선생님의 지도는 무엇이든지 잘 보고, 잘 듣고, 자기가 한 것을 정확하게 쓰도록 하려고 한 것이니 지도를 잘한 것입니다. 아직 3학년인 어린이들에게는 좀 이른 가르침이라 생각되지만, 이 어린이에게는 좋은 지도가 되었다고 봅니다. 물론 글을 언제나 이렇게 써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가끔 이렇게 자기 생각을 아주 넣지 않고 쓰는 이야기글쓰기를 하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도 그것을 억지로 참고 안 쓴다면 잘못된 것이지요. 이 글은 대체로 깨끗한 말로 썼지만, 두어 가지 꼭 도움말을 주고 싶은 데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몸무게를 재어 보았다. 엄마도 함께 재었다.’ 이렇게 쓴 곳이 있는데, 몸무게는 재는 것이 아니고 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몸무게를 달아 보았다. 엄마도 함께 달았다’고 써야 맞는 말이 됩니다. 또 하나는 첫머리와 마지막에 쓴 ‘짐’이란 말입니다. ‘나는 짐을 들고 갔다.’ ‘짐을 챙겨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썼는데, 무슨 짐인가요? 목욕탕에 가고 올 때 무슨 짐을 가지고 다니는지 모르지만, 수건이나 비누 따위가 들어 있는 종이가방이라면 그대로 ‘수건과 비누가 든 종이가방’이라고 쓰는 것이 좋겠지요. 집이라고 하니 뭔가 커다란 것, 무거운 것처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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