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펴낸 책

  •  
    작성일 : 2006-08-28 23:13
    동시집 별들의 합창/亞人閣/1966
     글쓴이 : 이주영
    조회 : 1,820  
    동시집 별들의 합창/亞人閣/1966
    차례
    뻐꾸기
    봄아, 오너라
    진달래
    뻐꾸기
    용이, 너의 소매에서
    철이에게
    토요일
    종달새에게
    누나야, 잘 있거라
    꾀꼬리
    비를 내려 주소서
    물방울
    염소
    산에게
    풀밭에 누워
    코스모스
    해가 지면
    포플러Ⅰ
    산기슭에서
    귀뚜라미에게
    코스모스
    코스모스꽃
    낙엽
    벌레 소리
    가을의 전별
    시를 쓰는 시간
    눈길
    한 해를 보내면서
    눈 온 아침의 기도
    불을 피우면서
    학교 가는 길
    학교 가는 길
    연필
    벌청소
    숙제 공부
    가로수 포플러
    공부를 하다가
    서울 간 언니
    우린 서서 가야지
    아침 창 앞에
    조회
    통지표
    포플러Ⅱ
    꽃 달력
    새벽 정거장에서
    노래하는 별들
    별에게
    별을 쳐다보며
    밤의 노래
    노래하는 별들
    목이 잘린 해바라기의 이야기
    어머니, 밥이 안 넘어가요
    참새의 죽음
    이런 날은 달려가고 싶습니다.
    바다―언젠가 한 번은
    그것이 무엇입니까?
    인공위성
    총소리
    책 끝에

    목이 잘린 해바라기의 이야기
    어느 생각 없는 어린이의 손짓이었을까?
    꽃밭을 지키던 해바라기 한 송이
    목줄기가 떨어져 발길에 짓밟혔다.

    코스모스가 환히 피어난 하늘
    줄기만 남은 슬픈 해바라기는
    온종일을 울었다.

    해님은 비춰 줄 꽃송이가 없어
    멍하니 넋을 잃고 떠 있었고
    바람도 거기 와서 한숨을 쉬었다.

    별들이 눈물을 뿌릴 때
    해바라기 줄기는 또 밤을 새워 울었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는
    울지 않았다.
    무서운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제 곧 죽어 버릴 것 같았다.
    무엇을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제 곧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으면서
    아무 일도 없는 날이 나흘째
    태양을 부르는 새가 목을 빼고
    크게 울던 아침
    드디어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줄기 아랫편의 잎줄기가 붙은 사이
    바로 해바라기의 옆구리에서
    오, 그것은 분명 꽃봉오리!
    조그만 꽃봉오리가 생겨나 있지 않는가!

    그 날 아침 햇님은
    몇 천 배 더 따스한 빛을 모아
    그 작은 꽃봉오리를 비추고 있었다.
    벌레들은 그 곁에서 소리를 못 내고
    잠자리가 파수를 보고 있었다.

    꽃봉오리는 하루가 지나 피어나고
    햇빛과 별빛과 이슬과
    하늘과 땅 사이 온갖 목숨들의 마음이 모여
    드디어 서리가 오기 며칠 앞서
    까만 씨앗으로 여물었다.

    그리하여 해바라기의 목을 자른
    그 어린이가 다시 찾아와서
    들여다보고 깜짝 놀라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가슴보다 더 큼 꽃송이를 한 아름 안듯이
    그 까만 씨앗을 손에 받아
    고이 마음 속에 간직해 가기를 기다리면서
    아직은 따스한 땅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p.114~p.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