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지도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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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4-04-17 22:48
    겪은 일 쓰기 지도 (주순중)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8,585  
    1. 지도한 곳 : 서울 상천 초등 학교 4학년 2반  (남20, 여17)

    2. 단원 : 겪은 일 쓰기

    3. 글감 : 일주일 동안 한 일, 본 일, 들은 일 가운데서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

    4. 노리는 것 : 사방이 상가와 찻길로 둘러 싸인 아파트 동네 아이들은 생활에 큰 변화를 맛보거나 새로운 일을 만날 일이 많지 않다. 늘 같은 날만 되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글을 쓰라고 하면 쓸 게 없어 못 쓴다고 한다. 그렇지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쓸 거리는 얼마든지 있다. 아이들에게 쓸 거리를 찾는 힘을 길러 주고 모든 일을 자세히, 마음을 가지고 보는 버릇을 들여 주려고 한다.

    5. 준비할 것 : 월요일, 이번 토요일에 글쓰기를 하려고 하니 며칠 동안 쓸 거리를 찾으라고 하고, 칠판 한 쪽에다 '한 일, 본 일, 들은 일 쓰기'라고 써 놓았다. 아이들이 쓸 거리를 찾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미리 보기 글을 좀 읽어 주었다. 한 일, 본 일, 들은 일이 잘 드러난 글을 읽어 주는데 한꺼번에 다 읽어 주지 말고 한 가지씩 따로 읽어 주는 게 좋겠다.

    * 들은 일이 드러난 보기 글

    내 왼쪽 빰의 상처
                                    서울 상천 4년 민정연
    오늘 저녁 9시 30분 쯤에 이를 닦으면서 거울을 보니 내 왼쪽 빰에 상처가 있었다. 그래서 엄마께 물어 보았다.
    "니가 5살 때 일이었다. 너 눈 안 보이시는 할머니 생각나니? 그 할머니 제사 때였다. 엄마가 과일을 칼로 깎고 자르고 있었는데 너는 내 옆에 앉아 있었고. 그런데 니가 어떻게 했는지, 내가 어떻게 했는지 삐쪽한 칼에 왼쪽 빰이 찔리고 말았어. 그래서 그 사이가 벌어지더니 이렇게 상처가 난 거야."
    "나, 이거 일기장에 써야지."
    엄마는 "이렇게 나쁜 일을 왜 일기장에 쓰니, 좋은 일을 써야지." 하고 말씀하셨다.
    "아니예요. 좋은 얘기나 나쁜 얘기나 재미있는 이야기나 슬픈 이야기나 내가 쓰고 싶은 것들을 추억으로 남기는 거예요."
    엄마는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았다.

    * 본 일을 잘 쓴 보기 글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서울 서래 4년 노종태
    나는 오늘 아람 유치원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 두 명이 함께 노는 것을 보았다. 한 여덟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녀석들이 구름사다리처럼 돼 있는 고리에 매달려 놀고 있었다. 한 아이가
    "야, 우리 고리에 매달려 싸움하자!"
    "응."
    "자, 그럼 시이이작!"
    "이얏! 내가 너 같은 꼬맹이한테 질 수야 없지."
    "사돈 넘말하고 있네."
    두 명은 계속 매달려 있었다. 힘든 줄도 모르나보다. 싸우다가 동시에 둘 다 떨어졌다.
    "야, 우리 무승부다. 또 하자!"
    "그래."
    "시이작!"
    또 막 매달려서 싸우고 있었다. 구경꾼은 나 한 명이다. 나는
    "얘들아, 잘 해 봐!"
    하고 말했더니 두 아이는 나를 멀뚱멀뚱 보더니 계속 싸움을 하였다.
    마침내 승부가 결정되었다. 한 명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긴 아이는
    "국민 여러분, 기뻐해 주십시오. 내가 ㅇㅇㅇ을 이겼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웃다가 뒤로 벌렁 자빠졌다. 그 모습을 본 두 아이는 "하하하"하고 웃었다. 두 아이는 그 다음에 집으로 갔다. (94.11.6)

    (이 두 글을 먼저 읽어준 까닭은 이 글들이 먼저 준비되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잠시 틈을 내어 아이들이 낸 일기장에서 한 일을 자세히 잘 쓴 글을 읽어 주며 글 이야기를 했다. 글은 재주나 머리로 쓰는게 아니고 마음으로 쓰는 것이니 무엇이든지 관심을 가지고 잘 보라고. 큰 것을 쓰려고 하지 말고 작은 데서 글감을 찾으라고. (이때 보여 준 글은 지면이 없어 생략한다.)

    다음 날은 아이들이 글감을 찾고 있는지 확인해 보면서 한 일에는 공부, 심부름, 놀이, 청소, 빨래, 밥하기 모두 들어 간다는 것, 본 일은 자기가 눈으로 직접 본 것이 다 글감이 되며, 들은 일은 부모님한테 들은 이야기, 차 안에서 들은 이야기, 가게나 길에서 들은 이야기, 이웃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동무가 한 이야기 다 좋다고 말해 주었다.

    6. 시간 계획

    . 글쓰기---1시간 (글 보여 주기 : 3분, 글 이야기 : 2분, 글쓰기 : 30분, 글 고치기 : 2분)
    . 감상 . 비평---1시간

    7. 쓰기 단계 지도 계획

    ① 보여 줄 글 : 미리 읽어 주었기 때문에 이 시간에는 한 아이 글을 보여 주면서 필요없는 부분과 더 자세히 써야 할 곳을 말 해 주었다. 아이들은 자세히 쓰라고 해도 어디를 자세히 써야 할지 몰라서 안 해도 될 곳까지 길게 써 놓는다. 그러면서 정말 자세히 써야 할 곳은 대강 쓰고 만다. 이런 것을 아이들이 직접 찾으면 좋은데 이런 일은 따로 시간을 내서 하기로 하고 오늘은 내가 해 주었다.

    ② 글 이야기 : 지금까지 다른 동무들이 쓴 여러 편의 글을 보았습니다. 이제 우리도 직접 써 보기로 하겠습니다. 글감을 적은 공책이나 일기장을 보면서 써도 됩니다. 가장 쓰고 싶은 것을, 꾸미지 않고 마음을 다해 써야 좋은 글이 됩니다. 그래야 쓴 사람도 마음이 후련하고 즐겁습니다. 조금 전에 이야기 한 것 같이 생생하고 자세하게 써 보세요. 언제, 어디서 있었던 일인지 꼭 밝혀서 쓰고, 일이 일어난 차례대로 쓰세요. 그리고 어디서 문단을 나누어야 할까 잘 생각하면서 쓰세요. 쓰는 시간은 30분 정도면 넉넉하겠지요. 쓰고는 덮어두지 말고 다시 한 번 읽어 보세요.

    ③ 쓰는 시간 : 칠판에다 '한 대로, 본 대로, 들은 대로 쓰기', '마음을 다해서 쓰기' 이렇게 써 놓았다. 글쓰기가 시작되면 곧 쓰는 아이도 있지만 보통 아이들은 1분 정도 꿈지럭거리거나 소근거리기도 한다. 그래서 다시 아이들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놓고 아이들이 글쓰기에 몰두하면 나는 교탁 앞에 서서 아이들을 바라본다.
    어떤 때는 교단 일기 같은 것을 몇 줄 쓰기도 한다. 그러다 아이들 사이를 조용히 다니기도 한다. 내가 다녀도 글쓰기에 몰두한 아이들은 나한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봐 가면서 "마음을 다 해서 써야 합니다. 또는 남들이 읽고 환하게 알 수 있게 자세히, 생생하게 쓰도록 하세요." 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다 쓴 아이들이 많이 보이면 "다시 읽어보고 틀린 글자나 빠진 곳이 있나 보세요. 읽을 때는 그냥 슬쩍 읽지 말고 글자 하나 하나를 짚으면서 보세요. 글자 하나 때문에 말이 어색한 글도 많더군요." 하는 주의 말을 한다. 먼저 쓴 아이가 있는가 하면 늦게 쓰는 아이도 있다. 글을 고치고도 시간이 남는 아이들은 종이 뒷면에 글 내용과 같은 그림을 그린다.

    8. 작품

    고양이
                                    서울 상천 4년 윤다예
    그저께 한문 학원을 가다가 저층 아파트 앞, 밑에 있는 검은 고양이를 보았다. 어디서 많이 본 고양이 같았다. 마침 생각이 났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었다. 주인도 없는 고양이 같아 보였다.
    고양이 앞에는 우유가 있었다. 도둑 고양이도 귀엽고 예뻐 보였다. 그 고양이는 매일 내가 학원가는 시간이면 그 저층 아파트 앞에서 잠만 자고 있었다.
    갑자기 고양이가 깼다. 고양이 눈, 코에 달린 수염하고, 발, 이빨이 무섭게 느껴졌다. 자세히 보니 무엇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다시 잠을 잤다. 무엇을 찾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이 고양이가 주인을 찾아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95.2.9)

    고양이
                                    서울 상천 4년 신지연
    나는 어제 저녁 때 서예 학원이 끝나고 나서 미도 상가 지하로 내려갔다. 서예에 같이 다니는 아이들도 지하로 내려왔다. 지하에도 슈퍼, 과일 가게,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 등을 파는 가게도 있었다.
    그런데 슈퍼에서 과자를 사가지고 나오는데 과일 가게에 고양이가 있었다. 거기가 고양이 집인지 고양이를 도망가지 못하게 끈으로 묶어 놓았다. 너무 귀여웠다. 다리 같은 것과 몸은 검은 색인데 등 위 부분이 하얀 색이다. 그 고양이는 새끼여서 물지도 않고 착했다.
    나는 고양이를 만지고, 보고 했다. 다른 아이들도 고양이를 만지며 놀아 주고, 보고 하였다. 나는 우유를 사서 주기도 하였다. 거기에 그릇이 있었는데 주인에게 혼날 것 같았는데 혼내지 않고 텔레비전만 보고 계셨다.
    우리는 고양이와 놀다가 시간에 너무 많이 흘러간 것 같아서 집으로 갔다. '다음에 서예 학원이 끝나고 또 와야지.' 하고 생각하였다. (95.2.9)

    안개
                                  서울 상천 4년 이시내
    아침에 복도에 나가보니 안개가 너무 많이 껴 있었다. 문방구를 보니 문을 연지 안 연지 모르겠다. 눈을 크게 뜨고 봐도 모르겠다.
    학교갈 때 숨을 쉬니 평소와 냄새가 달랐다. 한 아파트는 거의 보이는데 다른 한 개 아파트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뉴스에서는 안개가 낀다는 소식도 없었다.
    안개가 끼니 색이 뚜렷하지 않고 구름이 내려앉은 것 같았다. 왜 안개가 끼는지 모르겠다. (95.2.9)

    안개
                                    서울 상천 4년 유병국
    내가 학교에 오는데 학교의 놀이 기구가 보이지 않았다. 안개 때문이었다. 아파트도 안개로 뒤덮여 잘 보이지 않았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밖을 보니 18단지는 물론 학교나 학교에 가는 아이들까지도 안 보였다. 그런데 안개가 많이 껴 있는데도 아이들은 잘 보이는지 축구를 했다.
    교실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놀이 기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도 많이 껴 있었다. 그런데 10시 30분쯤에 나가서 놀았는데 그 때는 해가 비치고 안개는 언제 었었냐는 듯이 하늘이 깨끗했다. 요즈음 날씨는 너무 변덕스럽다. (95.2.9)

    열쇠를 잡아라!
                                    서울 상천 4년 윤상민
    월요일에 성빈이네 생일 집에 가서 놀다가 집으로 왔다. 그런데 벨을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나는 경비실에 내려 가
    "아저씨, 열쇠 있어요?"
    하고 물어 보았는데 없었다. 나는 집으로 가서 벨을 다시 한 번 눌러 보았다. 그러나 역시 반응이 없었다. 나는 혹시 누나가 열쇠를 창문에 놔 두었나 해서 창문을 열어 보았다. 그런데 누나 책상에 열쇠가 있었다.
    누나 책상은 창문 바로 옆에 있었다. 창문의 높이는 내 어깨보다 낮았고, 책상은 창문보다 낮았다. 나는 열쇠를 쉽게 꺼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팔이 열쇠에 안 닿아 꺼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희망이 있었다. 열쇠는 연습장 위에 있었고 연습장은 어느 펼쳐진 책 위에 있었다. 나는 열쇠는 손에 안 닿아도 펼쳐진 책에는 닿았다.
    나는 생각했다. 펼쳐진 책을 끌어당기면 그 위에 있는 연습장과 열쇠도 같이 끌려온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래서 그 책을 끌어당겼다. 그러니 생각대로 연습장과 열쇠가 온 것이다. 손을 뻗쳐보니 열쇠에 손이 닿았다. 그래서 나는 열쇠를 꺼냈다.
    누나는 내가 생일 집에 가기 전에, 어디 나가면 열쇠를 경비실에 맡기라고 말해 놓았는데 열쇠를 책상 위에 놓고 나간 것이다. 나는 누나가 얄밉다.            (95.2.9)

    9. 반성. 평가

    아이들이 쓴 글을 보니 한 열 명은 대강 썼고, 나머지 아이들은 쓸거리를 잘 찾아 열심히 썼다. 다음 날 잘 썼다고 칭찬을 많이 했다. (여러 아이들 앞에서는 칭찬과 전체가 유의할 것만 이야기 하고, 따로 한 명씩 불러서 궁금한 것, 고칠 것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몇 편을 읽어 주었다. 우연하게도 두 아이가 고양이를 썼는데 내용이 달라서 견주어 보려고 여기 다 실었다. 안개도 그렇다. 글 쓰기로 한 날 아침 안개가 아주 많이 끼었다. 아이들은 뜻밖에 좋은 글감을 만났다고 생각했던지 다섯 명이 안개를 썼는데 다 다르다.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것을 보고도 이렇게 다른 글이 나온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얘기해 주었다. 이번 아이들 글에는 들은 이야기를 쓴 글이 한 편도 없었다. 왜 그럴까? 바삐 살다보니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 들을 사이도 없었나.
    첫 번째 글을 보면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고, 또 고양이를 좋아서 본 게 아니고 날마다 보던 고양이를 전에는 무심히 봤는데 글쓸 거리를 찾다보니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얼거리 짜기를 하지 않아 글이 산만하다. 그에 견주면 두 번째 아이는 고양이를 잘 알아서가 아니라 정말로 동물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고양이와 놀았다고 했는데 어떻게 놀았는지 궁금하지만 너무 욕심내지 않기로 한다. 아이들 글도 그 글을 쓴 아이들의 마음씀이나 성격을 잘 나타내 준다. 이 글들도 그렇다.
    '안개'를 쓴 아이들은 보통 때도 글을 짧게 쓰는 아이들이다. 긴 이야기를 쓰는 힘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그렇지만 이렇게 본 것과 느낀 것을 간결하게 쓴 것도 좋다. 그러나 이 아이들도 얼거리 짜기를 잘 하지 않아 글이 자연스럽지 못한 데가 있다. 
      다섯 번째 글을 쓴 아이는 글을 쉽고 재미있게 쓰는 아이다. 쓸거리도 잘 잡는다. 한자말을 모르고 많이 쓰는데 이런 것은 아이들과 같이 고쳐보면 좋겠다.
    아이들 글을 보면 아직 자세히 보고, 쓰는 힘이 모자란다. 그리고 쓸거리 찾기에만 신경쓰느라 글쓰기 요령 지도를 잘 하지 않아 얼거리 짜기가 안된 아이들이 있다. 앞으로 이 점을 주의하면서 지도해야겠다. 또 한자말이 눈에 많이 띄는데 사실 아이들은 어느 것이 한자말인지 모르고 책에서 배운 대로 쓴다. '매일, 등' 같은 말은 나올 때마다 얘기했는데도 여전히 쓴다. 우리 말 공부도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다.

    10. 참고로 적어 두는 것

    변명 같지만 쓰기 교과서 두 시간 하고 따로 이렇게 글쓰기를 하자니 힘이 든다. 물론 교과서를 그대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기다 나나 아이들이나 사는 게 어찌나 정신이 없는지 어느 한 가지에 마음을 두고 살 수 없다.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꼭 잡고 살아 간다. (95.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