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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4-04-24 14:18
    글쓰기 교육의 역사 4 (이오덕)
     글쓴이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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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 교육의 역사  4

    동요 지시려는 분께


    이오덕


    [어린이]지 1924년 2월호에 나온 <동요 지시려는 분께>와, 같은 해 4월호에 나온 <동요 짓는 법>을 다음에 그대로 옮겨 보겠다. 이 두 편을 쓴 사람이 '버들쇠'(유지영)인데, 이것은 아마도 우리 나라 어린이들에게 동요 짓는 방법을 가르친 글로서는 맨처음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동요 지시려는 분께  
    버들쇠
    동요, 동요는 참 좋은 것이올시다. 재미있고 이로운 것이올시다. 어린이 세상에는 이것이 있기 때문에 쓸쓸치 않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의 기쁘고 노여웁고 슬프고 즐거움에 느끼는 정을 가르치고 키워주는 큰 힘이올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조선 어린이 세상에는 동요라고는 참한 것이 별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없는 것은 아니올시다마는 참말 동요가 얻어 보기 어렵다는 것이올시다. 왜 그런가? 할 때에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조선에도 옛날에는 썩 좋은 동요가 많이 있었는데, 지금부터 몇 백년 전=우리 어린이 세상이 꾀로 살아가는 어른들의 참견을 받고, 어른들이 어린이는 사람의 값을 쳐 주지도 않고 그저 잡아 눌러서, 어린이들은 입이 있어도 노래부르지 못하게 하고, 손발이 있어도 춤추지 못하게 하는 무지한 것이 시작되던 때로부터 차차 뒷걸음질을 쳐서 지금 이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까닭에 우리 조선에 예전부터 전해 오는 동요는-동요뿐 아니라 동화도 그렇지마는-모두 망쳐 놓았습니다. 달리 망쳐 놓은 것이 아니오 어린이 세상에서는 용납하지 못할 어른들의 꾀와 뜻이 붙게 되어서 망쳐진 것입니다. 이제 나는 망쳐진 옛적 동요는 돌아보지 말고 새 동요가 많이 생겨서 어린이 여러분의 복스러운 세상을 한층더 꽃다웁게 꾸미게 하고 싶은 뜻으로, 동요짓는 데 알아 두실 것을 몇 가지 말씀하려고 합니다.

    쓸 것, 못 쓸 것
    참 동요를 짓는 데는 아래에 써 놓은 여덟 가지 조목에 맞도록 해야 합니다.
    1. 동요는 순전한 속어(입으로 하는 보통 말)로 지어야 합니다. 글투로 짓거나 문자를 넣어 지은 것은 못 씁니다.
    2. 노래로 부를 수가 있으며, 그에 맞춰서 춤을 출 수 있게 지어야 합니다. 격조가 맞아야 합니다. 노래로 부를 수도 없고 또 춤도 출 수 없게 지은것은 못 씁니다.
    3. 노래 사설이 어린이든지 어른이든지 잘 알도록 해서 조금도 풀기 어렵지 않게 지어야 합니다. 사설이 어린이만 알고 어른들은 모르게라든지, 어른만 알고 어린이들은 모르게 지으면 못 씁니다.
    4. 어린이의 마음과 어린이의 행동과 어린이의 성품을 그대로 가지고 지어야 합니다. 어린이의 세상에서 벗어나거나 무슨 뜻을 나타내려고 쓸 데 없는 말을 쓰거나 억지의 말을 쓰거나,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닌데 음상사가 좋지 못한 글자를 써서 지은 것은 못 씁니다.
    5. 영절스럽고 간특하지 않게, 맑고 순진하고 신선하고 건실한 감정을 생긴 그대로 지어야 합니다. 어린이의 감정을 꾀로 꾀어서 호기심을 충동여 내게 지은 것은 못 씁니다.
    6. 사람의 꾀나 과학을 가지고야 풀어 알 수 있게 짓지 말고 감정으로 저절로 알게 지어야 합니다. 꾀나 과학으로 설명해야 알게 지은 것은 못 씁니다.
    7. 이야기처럼 어찌어찌 되었다는 내력을 설명하는 것을 대두리로 삼지 말고 심기를 노래한 것이라야 합니다. 설명만 좍 해 놓은 것은 못 씁니다.
    8. 어린이들의 예술 교육 자료가 되게 지어야 합니다. 어린이들에게 이로웁기는 커녕 해를 끼치게 지은 것은 못 씁니다. 악착스러웁거나 잔인한 것이나 허영심을 길러 주게 될 것이나 또 사실에 버스러지게 잘못 지은 것은 못 씁니다.

    이번에는 이 여덟 가지 쓸 것 못 쓸 것만 말씀했습니다. 이 다음번에는 실제로 잘된 동요와 잘못된 동요 몇 가지를 들어 가지고 동요 지시는 데 알아 두실 것을 알기 쉽게 내어 드리겠습니다. 

    <글쓰기> 제6호 (1995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