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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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5-04-17 03:36
    2013년 1월 연수를 다녀와서(진소희 선생님)
     글쓴이 :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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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도 혼자 글쓰기 연수에 다녀왔다. 전에는 연수 인정을 하지 않는 정말 ‘자율 연수’라 시간과 돈을 들여 그 먼 곳에 가자고 말하는 게 참 어려웠는데, 연수 인정을 해 주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같이 가자’고 말하기가 어렵다. 다른 선생님들은 잘 하시던데 난 이상하게 그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내가 처음 연수에 갔을 때 최관의 선생님이 그러셨다. 여기 오면 마음에 불편한 게 생긴다고. 그때는 잘 몰랐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그 불편한 마음을 마음에 담고 나를 반성하며 사는 게 괜찮은데 잘 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그 불편함을 권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김수업 선생님을 처음 뵈었다. 우리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잘 몰랐던 우리 말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연수집에 실린 글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었지만 알찼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만 우리 역사를 보는 관점에서 조금 벗어나 옛 중국 대륙에서부터 시작하여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역사 이야기였다. 짧은 시간에 그 광대한 이야기를 하셔서 바쁘게 지나가 조금 아쉽다.
    서정오 선생님 이야기에서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은 옛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가르치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분이었다. 늘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이 교훈을 얻기를 바랐는데, 이야기꾼과 듣는 이가 소통하는 것도 ‘교육’이라는 말에 ‘그렇구나’ 하고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불친절하고 무책임하며 뻔뻔한 이야기꾼이 되기로 다짐했다.
    사례 발표는 탁동철, 구자행, 박남희 선생님께 들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참 대단하다. 아이들과 열심히 사시는 구나.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이야기 판’을 벌리는 것이 나는 늘 궁금했다. 사례 발표를 듣고도 아직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간혹 회보를 읽다보면 교실에서 ‘누구 날’이라고 하여 한 학생이 나와 자기 이야기를 하고 들어가는 내용이 나온다. ‘어떻게 하면 저래 똘똘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지?’하고 나는 머릿속으로 생각만 한다. ‘앞에서 발표하는 아이 목소리가 작으면 뒤에서 안 들린다고 뭐라뭐라 할 텐데?’ ‘자기는 발표할게 없다고 뭘 발표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 주지?’ ‘앞에서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이 잘 들어줄까?’
    박남희 선생님처럼 시도를 해 보면 뭔가 깨치는 게 있을 텐데 지레 걱정부터 한다. 이야기판을 까는 것부터 누가 가르쳐 주면 정말 좋겠다.  나는 정말 소심하고 겁 많고 게다가 스스로 앞가림도 못하는 선생이다.
    모둠 토의를 했는데 구자행 선생님과 같은 모둠이 된 게 이번이 두 번째인가 세 번째인가 그렇다. 구자행 선생님이랑 같은 모둠이면 참 좋다. 어떻게 말을 해도 정리를 깔끔히 잘 해주신다. 구자행 선생님이 자신이 말이 많아 미안하다 하시지만 나는 좋다. 마음 편히 아무 말이나 해도 다 받아주시니까. 우리 모둠에서는 글을 쓴 사람이 없어 발표 내용과 회보에 실린 글 가운데 하나를 골라 이야기를 나누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뭔가 조금 아쉬운 모둠 토론이었다. 모둠원 글이 없었던 게 가장 아쉬웠다. 다들 학교에서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데 글이 있으면 그 글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기가 더 쉬울 것 같다. 다음에는 숙제 잘하겠습니다.
    정회원이 됐다.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다. 연수 몇 번 오며 글쓰기회 선생으로 살았지만 문집도 한 번 안 내고 시 공부도 글쓰기 공부도 꾸준히 안 했는데. 홍은영 선생님은 세 번이나 거절했다가 하는 거라 했다. 나는 진짜 별 다른 생각 없이 어려운 글쓰기회 살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 그 생각 하나로 했는데,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 같았다. 아차 싶었다.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는 데 나같이 어설픈 사람이 정회원이 되어도 되나? 이 글도 2월에야 쓰는데.
    2009년 글쓰기회 연수를 광주에서 하지 않았다면 난 글쓰기회와 연을 맺지 못했을 거다. 그 뒤로는 연수 안 가면 뭔가 빼먹은 것 같고, 궁금해서 먼 곳도 찾아다닌다. 이제는 낯익은 사람도 많고 반겨주는 사람도 많다. 이 ‘사람들’을 보러 온 것이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큰 기쁨이다.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고 힘이 난다.
    연수에서 얻은 힘으로 다시 3월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