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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5-08-10 10:52
    3모둠에서 나눈 이야기
     글쓴이 : 주중연
    조회 : 6,254  
            3모둠에서 나눈 이야기
    3모둠 : 이명주, 김용란, 양현정, 김정순, 김송이, 주중연, 임연아, 주한경, 주순영

    Ⅰ. 들머리
      글보다 말이 먼저고 글로 써서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로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저는 발표 듣는 거 보다 모둠토의 때가 더 좋았습니다. 많이 배우고 느낀 토의였습니다. 힘 닿는 대로 나온 얘기를 옮겨 보겠습니다. 귀한 말씀 많이 해주신 우리 모둠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Ⅱ. 첫 번째 토의 : 교과서 시 쓰기 단원 분석
      먼저 자기 소개를 했습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며 살고 글쓰기회하고 맺은 인연 그리고 자기 이름 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양현정 선생님과 김송이 선생님 소개가 마음에 많이 남았습니다. 양현정 선생님은 일정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고 할머니들 따라 나물도 캐러 다니고 귀농하고 관계있는 일을 한다고 했습니다. 뒤에 들은 말인데 '귀농통신'에 보면 양 선생님이 쓴 글을 볼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김송이 선생님은 나기는 제주서 났는데 세 살 때 부터 일본 오사카로 가서 사셨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조선사람이라고 차별과 멸시를 많이 받았고 그에 맞서서 열심히 싸운 얘기 그리고 중학교 진학할 때 우리학교(조총련계 학교)가 있다는 말을 듣고 원서를 들고 교문에 서서 엄청 울었다는 이야기도 마음에 남습니다. 중고등학교때 아주 열심히 공부를 해서 도쿄 조선대학 문학부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모교에서 28년간 고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금은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때 공화국책, 한국책(일본에서 한국책을 사려면 다섯 배 정도 값을 더 치러야 한다고 합니다) 가리지 않고 많이 보고 좋은 작품을 엮어서 가르치려 애썼다는 말씀을 했습니다. 조금 더 일찍 글쓰기 교육을 만났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보기 좋게 번호를 붙여서 우리 모둠에서 나온 얘기를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1. 작품을 어디서 가져왔는지 밝혀야 한다.
    적어도 누가, 언제, 어디서 쓴 글인지 이 정도 까지는 밝혀야 한다.
    2. 좋은 시를 난도질 하는 짓은 그만 두어야 한다.
    가르침을 핑계(학습수준과 수업목표를 고려하여 내용이나 표현 가운데 일부를 고친다고 함)로 표준어로 바꾸고 경어체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많다. 시맛을 떨어뜨리고 토박이말을 죽이고 입말을 죽이는 작품을 만든다. 아이들의 말과 글을 어떤 틀로 몰아간다. 저작권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3. 교과서보다 교육과정에 대한 비판이 앞서야 한다.
    교육과정부터 문제가 많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학습목표가 만들어져 나온다. 이런 교과서로 공부하면 할수록 시 교육 본질과 멀어진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 높은 학년 아이일 수록 흉내내는 시를 쓰고 말장난하는 시를 쓴다. 교육과정에서 잘못된 점을 찾아내고 바로 잡아야 한다.
    4. 교과서 만드는 권한을 국가가 놓아야 한다. 다양한 교과서(지역별, 교사모임, 교사개인)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겠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제대로 문제점을 지적할 수 교사가 편찬하는 데 들어가서 목소리를 내야한다. 올바른 교과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 공식 비공식 통로를 통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싸워야 한다. 따질건 따져야 한다. 돈과 힘에 밀려 한겨레신문도 국정 교과서도 잘못된 시쓰기 교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5. 시쓰기와 관련한 교과서 학습활동에 문제가 많다. 시를 분석해서 앞 뒤 잘라놓고 가운데 채워넣기, 말장난 모방시쓰기 이런 교과서 학습활동이 문제다. 시쓰기 본질과 먼 활동이 많다.
    6. 진짜 좋은 시는 아이들도 좋다고 느낀다. 학습 목표에 맞춰 가져오는 적당한 시가 아니라 진짜 좋은 시가 교과서에 실려야 한다.

    Ⅲ. 두 번째 토의 : 시 쓰기 실천 사례
    1. 군더더기 반복 표현, 뻔한 시늉말 쓰기, 멋있는 말 찾아 부려쓰기, 재밌게만 쓰기, 장난처럼 쓰기, 착한 어린이표 쓰기, 베껴쓰기, 거짓말 쓰기 이런 시쓰기로 빠지기 쉽다.
    2. 봄이 온다는 증거가 뭐가 있을까?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 운동장에 나가서 봄이 온다는 증거를 찾아서 써봐라.(봄맞이 시쓰기), 더울 때 운동자에 서서 더위를 온몸으로 느껴보자(더위맞이 시쓰기), 철맞이 시쓰기 지도, 글감주머니 만들기, 아이들이 쓴 시 복도쪽 창문에 달아주기(임연아 선생님 시쓰기 사례)
    3. 이진문, 박정기 선생님이 지도한 아이들 시는 아이들이 글 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든다. 겪은 일, 해본 일을 드러낸 작품도 많이 보이면 좋겠다.
    4. 아이들이 교사의 판단까지 예상하고 그에 맞추어 글을 쓴다. 선생님이 좋아할 만한 글을 쓴다.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런 것 같다.
    5. 박정기 선생님 고쳐쓰기 지도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더 나아진 시도 있지만 네 번 다섯 번 고쳐쓰게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시를 더 망가뜨리는 것 같다. 담배(거창혜성여중 2년 이하림, 자료집 202쪽)와 시장(거창혜성여중 2년 천혜민, 자료집 198쪽)은 고쳐쓰기를 할수록 시맛은 떨어지고 설명만 자꾸 붙는 것 같다. 시는 말해 놓은 부분 보다는 말을 덜어낸 부분을 머릿속에 그릴 때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치는 것에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6. 고쳐쓰기 할 때 교사가 이것 저것 말을 많이 하면 그냥 그대로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시 쓰기 평가에 대한 기준을 보여주고 스스로 고쳐보라고 하면 어떨까? 아니면 둘레 동무들한테 한 줄 평쓰기 이런 활동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시쓰기를 지도하는 교사가 손을 많이 대어서 한 번에 좋은 시를 쓰게 하려는 욕심을 비워야 하지 않을까? 서툴면 서툰 대로 아이들 직관이 고스란히 살아나게 최소한의 것을 고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시간을 두고 자꾸 써 가면서 스스로 고민하고 다듬어 나가게 해야 하지 않을까?
    7. 시쓰기, 글쓰기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삶을 서로 가꿀 수 있게 이어주는 끈이다.
    8. 임길택 선생님 ‘흔들리는 마음’ 같이 공부하고 자기 체험 써보기 공부
    9. 재운이(윤동재), 고무신3-재운이 동무들에게(권정생) 함께 읽고 생각해보기. 

    Ⅳ. 세 번째 토의 : 시 합평하기
      우리 모둠은 2005. 6. 27. 한겨레 신문 <우리들의 이야기>에 실린 시만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이 글을 평한 선생님과 한겨레 신문에 좀 따져야 되겠다 싶어 뭐를 따질까 이야기를 했습니다.
      담당기자한테 전화도 해보고 이곳 저곳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기자와는 통화를 못하고 국어교사모임 선생님께 전화를 해서 이 글을 뽑아 실은 선생님만 확인을 했습니다. 신문에 보면 글을 뽑고 평한 사람이 “(국어교사모임. 교사)”로 되어 있는데 알아보니 초등국어교사모임 회원은 맞는데 모임과는 관련없이 한겨레 신문사와 친분이 있는 어떤 선생님이 개인 자격으로 썼다고 하더군요. '국어교사모임' 이름을 붙이고 나왔다면 누가 봐도 국어교사모임하고 이 시를 뽑고 평한 선생님이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겠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국어교사모임에 있는 교사 그것도 한겨레 신문에 글을 싣는 교사라면 참 좋은 시를 잘 가려 뽑겠구나 하는 생각을 이 신문을 보는 어지간한 사람은 하겠지요.

    (1) 천사커플
      이 시를 쓴 아이의 마음이 문제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지팡이 짚고 힘들게 걸어가는 할머니를 돕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인데 이 일을 엄청나게 떠벌리며 대학생 오빠(대학생인지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습니다)와 늘씬한 언니를 치켜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힘들어 하시는 할머니 모습을 오간데 없고 점박이 몸뻬 있고 구부정하고 지팡이에 까만 번데기 손을 얹고 있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시에서 할머니에 대한 안쓰런 마음은 보이지 않고 도움받아 마땅한 늙고 초라한 늙은이로 그리고 있습니다. 지팡이를 ‘지탱대’라고 쓰는 아이도 있습니까? ‘땅에 사는 천사커플’이런 표현도 진짜 유치합니다. 이런 시를 잘 썼다고 하면 이 땅 아이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2) 강아지 똥에게
      진짜 충격인 시가 바로 이 시였습니다. 우리 모둠 선생님들 모두가 어떻게 이런 시를 쓸 수 있을까? 2학년 아이가 쓴 시가 맞을까? 어떻게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걸까? 어떤 아이가 쓴 시일까? “고추만지기, 엉덩이 만지기, 무식해, 살 뜯고 들어갔지” 이런 표현을 쓰는 까닭이 있을까, 사연이 있을까? 넌 역시 드럽다. '역시’에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아이 마음이 병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엄청난 상처를 받은 아이일 것이다. 이렇게 자기 마음을 드러냈는데 선생님은 둘레 어른들은 어떻게 이 아이 마음을 받아 주었을까? 담임 선생님은 이 아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말들을 주고 받았습니다.
      신문에 이 시를 평한 선생님 말이 있습니다. “기현이가 야무지다.” 아이가 어떤 마음일까를 과연 고민하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그 아이를 아는 선생님일까? 얼마나 제대로 시에 담긴 아이의 마음을 읽고 고민하고 이런 말을 할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선생님들 생각은 어떠신가요? 아이들이 이런 글도 쓸 수 있어야 하고 이런 시를 썼다고 나무라고 이상한 아이로 볼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마음을 안아주고 받아주는 것이 글쓰기 교육이 가야할 방향이라고 말씀하는 선생님도 있었습니다.

    (3) 욕하시는 아줌마
      욕하는 어른들을 비판하는 마음이 들어가 있어 살아있는 느낌이 드는 시입니다. 마음에 걸리는 곳이 김진문 선생님 평처럼 ‘x x' 한 부분입니다. “원색적인 글들 맛 좀 보실랑가요?” 했으면 무슨 욕을 했는지 제대로 실어주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이가 지운것인지 이 글을 뽑은 선생님이 지운 건지, 신문사에서 지우라고 한 건지 궁금합니다. 여기 뽑힌 시작품도 문제가 있고 이 글을 뽑아 실은 선생님이 쓴 평은 많은 사람들이 읽는 신문에 싣는 평으로 신중하지도 못하고 표현에도 문제가 많다는 이야길 했습니다.


    Ⅴ. 마무리
      연수 마치고 이렇게 집에 앉아서 토의한 내용을 정리하면서 이기 진짜 공부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시쓰기가 마음을 닦는 일이란 말도 서정홍 선생님이 얘기한 “가난하게 살아야 가난한 아이들이 보이고 세상이 보인다”는 말도 마음에 남습니다. 연수 받으면서 “넘어진 얘기, 제 못난 얘기”를 글로 많이 써야 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노동자와 농민 이야기를 하는 서정홍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말이 머리 속에 돌아다녔습니다.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운명을 같이한다는 뜻이다!"
      인사할 때 제가 한 말입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찾은 말입니다. 청계천에 전태일 거리를 만드는데 시민들 글을 동판에 새겨 깐다고 해서 거기에 이 글을 새기려 합니다. 전태일 열사의 참사랑이 잘 담긴 말이라 생각합니다.

    선생님도 함께 하시죠.
    전태일거리, 시민의 힘으로 만들자
    http://www1.ohmynews.com/omn_event/index.asp?ba_code=2


    임연아 05-08-10 22:42
     
      고맙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사실만 남을텐데 이렇게 정리를 해주시니 오래도록 생생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멋진 글씨와 연수 때 찍은 사진 가운데 있는 선생님의 모습이 참 잘 어울립니다.
    주중연 05-08-10 23:40
     
      임연아 선생님 글 보니 반갑네요! 선생님 실천한 거 제대로 옮겨 쓰고 싶었는데 제대로 못해 아쉽습니다. 우리 모둠에서 샘 얘기한 거 꼭 글로 써서 많은 선생님들께 도움을 주면 좋겠습니다. 지멋대로 글씨를 칭찬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다음에 꼭 뵈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