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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5-08-11 12:15
    7월호에 ‘인터넷을 이용한 글쓰기 교육’을 읽고
     글쓴이 : 최진수
    조회 : 4,759  
            7월호에 ‘인터넷을 이용한 글쓰기 교육’을 읽고
                        이게 아닌데……
                                                  최진수
    * 무슨 연구 논문 대회 글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글에 길들여져서 글 쓰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글 쓰려는 마음조차 쉽게 가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고 글쓰기 지도 까닭을 밝혀 놓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성향'을 아이들 탓만으로 돌리기는 좀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어른들 책임이고, 앞으로 우리들이 노력할 일이겠지요. 그런 노력을 어렵게 만드는 사회 문제도 함께 풀어냈으면 합니다.
      '교육 현장에 지속적인 글쓰기 지도를 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터넷을 했다고 했습니다. 저도 컴퓨터로 글쓰기를 많이 해보지만 컴퓨터로 바로 쓰기보다는 손 글로 쓴 다음 글을 올려 나눠 봅니다. '글쓰기를 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를 극복'이 아니라 글쓰기 지도의 여러 방법 가운데 한 가지로 쓰고 있습니다. '할 수 없다는 한계"는 아마 너무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려는 열정, 욕심이 더 앞서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몇몇 아이들이라도 제대로 꾸준히 실천하는 모습이 좋을 듯합니다.
      '쌍방향 의사소통의 기본'은 저는 마주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인터넷도 결국은 그런 만남을 가까이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야하지 않을까요. 아마 남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런 부분이 글로 나타나지 않아 제대로 알 수 없어서 이렇게 말을 꺼냅니다. 맞지요?
      좀 더 어떻게 만나야할 것인지. 아이들과 만남을 가로 막는 것에 대한 고민을 했으면 합니다.

    * 예를 든 아이들 글을 보면

      쌍방향 의사소통으로 가능한 '인터넷'으로 지도한 아이들 글을 보면 '문장’지도 노력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 삶을 나누는 자기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너무 교과서를 닮거나 맞춤법에 힘을 쓴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글 쓰지 못한 아이들을 '쓰기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라 말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쓰기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쓰기 능력을 높이는 연구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왜 쓰는지, 왜 쓰지 않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학생이 쓴 글을 읽기 전에 자신의 생각을 먼저 쓰도록 할 것인데 그 이유는 남의 글에 의지하지 않아야만 자신의 삶이 반영된 살아있는 글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올바른 본보기 글이면 오히려 자기 삶을 솔직하게 말하고 쓸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부분 글에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글에 길들어져 글 쓰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글 쓰려는 마음조차 쉽게 가지 않는다"했으니 솔직히 자기 마음과 삶을 드러내는 본보기 글이 이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들 글 속에 언제 어디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자세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동생이 문제를 풀다가 모르는 문제가 나와서 뭘 물어보면 짜증나서 화를 내고 갑자기 좋았다가 화가 나오고 그런다"면 그 문제가 어떤 문제이고 어떻게 물었는지 자세히 써야합니다.
      "내 주위에는 자신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고 어딜 가서나 우뚝 서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자랑스러운 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았기에 우뚝 서는 사람인지 자세히 풀어써야 보는 이 마음을 움직일 수 있잖아요.
      "내 행동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못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는데 책임지지 못할 행동이 무엇인지, 어떻게 후회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부분을 교사와 함께 '쌍방향'으로 이야기 나누며 풀어야 할 것이 아닐까요. 자세히 써야 할 곳이 자세하지 못하니까 다짐 글이나 관념 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개개인 삶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그 곳에서 참다운 삶의 방향을 찾도록 하기 위해 학생들 글에 정서적 공감에 초점을 맞추어 지도"한 예로 아이들 글을 본보기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글은 초등학생들한테도 쉽게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삶의 방향'을 찾거나, '정서적 공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 일까? 나만 그럴까요? 중학교 3학년 아이들 정도라면 제대로 글쓰기 지도를 받은 아이들이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내가 중학교 아이들 생활을 너무 몰라서 그런 것일까요?
      우리 반 아이들(초등학교 4학년)과 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뒤에 선생님이 200명 남짓 아이들을 다 보는 게 힘든 일이라고 말씀하신 것을 보니 조금 이해는 갑니다.

    *글 고치기 한 것도 볼까요.
      20쪽에 고쳐 쓰기 전과 쓴 뒤 글이 있습니다. 고친 뒤 글이 앞글과 똑같습니다. 바뀐 게 있다면 ‘’(작은따옴표)만 찍었을 뿐입니다. 내가 잘못 보았나, 편집이 잘못되었나 했는데 그 아래 느낀 점을 보니 쉼표가 몇 개 줄었습니다.
      "느낀 점: 내가 제일 많이 고쳤던 부분은 ,(쉼표)을 아무 곳에나 무자비로 썼다는 점과 문단을 문장 중간에서 내 마음대로 뚝 뚝 끊었다는 점이다. 또 내가 생각한 부분을 ''(작은따옴표)를 쓰지 않는 점도 많이 볼 수 있다. 평소 내가 사용하는 글에 대해 고쳐 쓰니깐 깨달은 것도 많다."
      고친 것이 ,(쉼표) 줄인 것과, ‘’(작은따옴표)를 붙인 것이었습니다.
    과제 체험이 어떤 것인지, 장해 체험을 잘 실천하고 노력했다는 친구들은 어떻게 실천했는지, 많은 것을 느꼈다는데 무엇을 어떻게 느꼈다는 것인지 그 많은 것들을 말 한 대로 들은 대로 본 대로 쓰게 했으면 좋았겠습니다. 그런 부분을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자세히 쓰도록 해야 할 부분이지요.
      글 쓰는 목적이 "참다운 삶의 방향을 찾도록 하기 위해 학생들 글에 정서적 공감에 초점"에 맞춘다고 했는데, 문장부호나 문장을 다듬는데 더 힘을 쏟은 것 같았습니다. 많은 아이들 글 가운데 왜 이런 글을 실었는지? 잘못 실은 것은 아닌지?
      수행평가로 글쓰기 지도를 하시며 "시간에 얽매이지 않도록 점수의 차이를 최소화하여 평가, 반영했기 때문에 점수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쓴 학생은 거의 없었다고 판단한다"하셨는데 정말 그럴까요?  예를 든 아이들 글을 보더라도 자기 삶 이야기를 자세히 솔직하게 풀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고민과 생활을 마음껏 쓰기보다 오히려 좋은 글, 바른 글을 써야한다는 보이지 않는 강박관념을 가지는 게 아닐까요.
      "한편 맞춤법, 띄어쓰기 등의 능력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학생의 경우, 학생이 쓴 글을 출력하여 개별적인 지도를 해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중학생 정도라면 어느 정도 이런 부분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솔직한 자기 마음을 말하고 자세히 풀어 쓴 것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있었는데 그 부분이 빠뜨려서 그런가 싶네요. 자세히 쓰도록 지도한 부분이 있었다면 언제 어떻게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을 텐데.
      그 뒤 아이들 글에도 틀린 글자에 대한 지도 내용과 받아쓰기를 하면서 지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받아쓰기하는 아이들이 앞으로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쓸 수 있을까 궁금하네요.

    * 조사, 분석 한 것
      조사와 분석에서 물어본 질문에는 어디에도 삶을 가꾸는, 자기 삶을 돌아보는 질문은 없습니다. 오직 ‘글쓰기 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에만 힘을 주는 느낌입니다.
      위에 설문대로 한다면 쓰고 싶은 말, 사투리, 입말은 다 죽을 것 같았습니다. 표준말, 바른말, 교과서 말 틀에 맞추어 열심히 공부해야하는 다짐만 나올 것 같지 않나요?

    * 말이 너무 어렵습니다.
      말이 너무 어렵고 한자말이 많습니다.
    몇 번 줄을 그으며 읽어할 곳도 있고, 간단히 말할 것을 빙빙 둘러하는 말도 있어요. 특히 글쓰기 지도 방향이라고 쓴 가, 나, 다, 라가 그렇습니다. 어디 공문이나 교육 행정, 보통 논문 연구대회 때 쓰는 말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 '추수 지도'가 무슨 뜻인지 헷갈렸습니다.  '추후 지도'를 잘못 친 것인지. 사전에는 '추수'란 말을 찾아보아도 그 문장에 어울리는 낱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쉬운 우리말로 썼으면 합니다.

    * 그래도 이런 글은 자꾸 실어야 합니다.
      이렇게 비판을 해놓고, 다음부터 이런 글이 올라오지 못하게 미리 글을 골라 빼는 일은 없으면 합니다. 또  글쓴이도 이제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늘 좋은 글, 바른 글만 볼 수 없는 일입니다. 아니 어느 글이나 서툴고 자세하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늘 좋은 글, 바른 말만 싣는다면 글쓰기가 참 힘들겠지요.
    비판을 받았다 해서 기분이 나빠하거나, 글쓴이 마음을 몰라준다고 글을 쓰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삶을 가꾸는 마음가짐'이 아니겠지요. 비판이 아니라 여러 가지 아이들과 주고받았던 말을 좀 더 자세히 써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우리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는 그 목적은 '글쓰기'보다는 '우리말과 삶'을 가꾸는데 있지요. 우리말과 삶을 가꾸지 않는 '글이 있다면, 누군가가 일러주어야 합니다. 그 이야기가 서툴고, 오해 살 일이 있다면 그 또한 '글'로 쓰거나 말로 나누어야겠지요. 그게 우리 회원들이 공부하는 마음가짐이 아닐까요.
      '우리말과 삶'을 가꾸는 일은 책을 많이 본다고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다 알 것입니다.  서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고, 꾸밈없이 이야기하다보면 스스로 깨치게 되겠지요.
      저도 내 글에 누군가 다르게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 해 주었으면 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받고, 더 자세히 이야기할 곳이 있다면 풀어 보겠습니다.

    이주영 05-08-13 09:19
     
      잘 읽었습니다. 꼼꼼하게 살펴보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