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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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7-01-05 13:32
    질투
     글쓴이 : 목선재
    조회 : 4,697  
    그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찌뿌둥 했다.안방에서 자고있는 오뚝이를 금덩이 다루듯이 다루는 할아버지를 보면 더 그랬다.오늘 아빠하고 상의해서 이름이 정해지면 얼마 안있어 종찬 또는 승찬이라는 이름을 호적에 올리게 될것이다.그러기만 하면 오뚝이는 우리 가문의 7대종손으로써 나와는 다른삶을 살기 시작하는 것이다.오뚝이의 이불을 펴주는 일도 생각보다 시큰둥 했다.얼른 하고 방에 들어가고 싶어서 백설공주가 그려져 있는 배개를 들고 뛰는데 안방앞에서 배개는 내 손에서 주르륵 미끄러져서 마루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얼른 주으려고 하는데 안방에서 오뚝이가 자고있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시던 할아버지께서 나오시더니
     "쉿!"
     하고 인상을 찌푸리셨다.덩달아 할머니까지 안방에서 나가라는 눈치를 주셨다.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번 인상을 찌푸리고는 내방으로 들어갔다.이불 펴는 일은 누군가 하겠지.문득 내 손을 보게 되었는데 피부가 건조해져서 그런지 푸석푸석하게 터 있었다.나의 시선을 주목하고 싶어서였을까?마루로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며 나와서
     "나 손텃어!"
     하며 내 손을 할머니와 엄마에게 보여줬다.엄마는
     "그러게.너무 피곤해서 그런가?방에 알로에 로션 발라."
     라고 말했고 할머니도 피곤해서 그런거라고 맞장구를 치셨다.다시 방에 들어와서 너무 높은탓에 키가 잘 안닿는 장롱위에 있는 알로에 로션을 꺼냈다.손에 바르는데 괜히 눈물까지 떨어졌다.
     "우리 여자들은 이렇게 손이 트도록 일하는데....."
     괜시리 목씨 남자들이 미워졌다.눈물을 소매로 훔치고 마루로 나왔더니 할머니가 간식을 챙기시는 중이였다.과자랑 아이스크림이였다.
     "선재야 이것좀 할아버지한테 갇다드려라"
     할머니가 날 부르셨다.거절할 생각이였는데 이걸 가지고 들어가서 시끄럽게했을때 할아버지의 반응이 문득 궁금해 져서 수락했다 .안그래도 열때마다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안방문을 더욱 힘을줘서 열자 삐거덕 하는 소리가 여느때보다 크게 났다.할아버지는 다시한번 목에 힘을 주시며
     "쉿!"
     이라고 말씀하셨다.나는 할아버지말을 못들은척 하면서 쟁반을 쾅 내려놓고 안방문을 나왔다.문도 재대로 닫지 않은 터였다.할머니가
     "간식먹자"
     하시며 나를 부르셨다. 웨하스 한개를 퉁명스럽게 집어 먹자 할머니께서 내 얼굴을 다 읽으셨는지
     "선재야.너는 우리집에 첫정이야.찬이가 아무리 예뻐도 찬이는 둘째 정이고.할아버지가 원래 성격이 오죽 깐깐하시냐?그래도 너희한테는 잘하는거야.할머니도 쫓겨났잖아"
     하면서 웃으셨다.
     "저는 처음이잖아요.이런경험 겪은거 처음이잖아요.우리 목씨 여자들은 이렇게 손이 트도록 일하는데..."
     라고 말하는데 기여이 눈물까지 났다.
      "그래 우리 목씨 남자들 성격이 오죽 깐깐해?선재니가 이해해.근데 선잰 찬이 안예뻐?"
     라고 엄마가 물었다.난 고개를 저었다.오뚝이가 미운건 아니였다.그렇게 그일은 끝이 났다.그날이후 난 오뚝이에게 생각도 못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그건 바로 '질투'였다.전에 엄마가 몇번 경고한적이 있었다.혹시 백일이나 돌같은 오뚝이 행사때 이상한 어른들이 남자를 낳다고 좋아해도 신경쓰지 말라고.그땐 줄기차게 고개를 끄덕일수 있었지만 지금은 겁이났다.가족들이 오뚝이를 조금만 이뻐해도 그동안 외동딸이였던 나는 이렇게 적응이 안되는데 모르는 사람들까지 그러면 난 적응을 할수 있을까?내일이면 완벽히 우리의 7대종손이 되는 오뚝이를 빤히 쳐다보며
     '평생나는 너에게 질투라는 감정을 안고 지녀야 할까?'
     라고 오뚝이에게 물었다.큰바위 하나가 이제 나는 어떤일에도 기뻐할수 없도록 나의 마음을 막아놓은것 같았다.오뚝이를 날때만 해도 빨리 낳으라고 참지좀 말라고 추진한것도 나고....제일 많이 도와준것도 난데...이제와서 난 왜이러는걸까...오뚝이가 태어났을때 이집에 들어오는걸 후회하진 않겠냐고 올바를 선택이냐고 내가 물었는데 이젠 내가 후회를 하고 있다.내가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사람이 사람을 미워한다는거 참 힘들구나....

    캭&켁 09-05-20 11:52
     
     
    재밌네요. 근데... 혹시 이거 실화임 ? ;ㅁ; ;;;
    박서진 09-05-20 11:52
     
      글~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