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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5-04-21 08:07
    인권위원회 권고문(일기검사에 대해)
     글쓴이 : 이주영
    조회 : 6,792  
            국 가 인 권 위 원 회
    제1소위원회
    결    정

    제 목 :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에 대한 의견


      초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일기장 검사관행을 검토한 결과 아동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의 규정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의견을 표명한다.

    주    문

    초등학교에서 일기를 강제적으로 작성하게 하고 이를 검사·평가하는 것은 국제인권기준 및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아동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므로 이를 개선하고 초등학교의 일기쓰기 교육이 아동인권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지도·감독해야 한다.

    이    유


      Ⅰ. 검토배경

      1. 각 학급의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일기장을 검사하여 우수 학생을 선정한 후 교감과 교장이 선정된 각 학생들의 일기장을 검사해 시상학생을 최종 결정할 예정인 한 초등학교에서 ‘시상을 목적으로 학생들의 일기장을 검사하는 행위’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지 여부를 본 위원회에 조회하였다.

      2. 본 사안은 초등학생의 기본권 보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현재 많은 초등학교에서 일기장 검사를 실시하고 있어 이 사안에 대한 위원회의 검토결과가 초등학교 교육에 미칠 파급력이 매우 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 및 제25조 제1항에 따라 검토를 진행하였다.


      Ⅱ. 판단기준

      1. 국가인권위원회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설립목적으로 하며, 이 때 인권이라 함은 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말한다.

      2. 따라서 초등학생의 일기장 검사로 인한 인권침해 소지 여부를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제19조의 양심의 자유,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 제한의 원칙, 교육기본법 제12조의 교육과정에서의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 존중 등의 국내법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7조 및 제18조,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14조 및 제16조의 사생활 보호 및 양심의 자유에 대한 조항,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3조의 아동의 최선의 이익 최우선 고려원칙 등 국제인권기준에 의거하여 판단하였다.
      Ⅲ. 판단
     
    1. 일기검사의 현황과 목적
      일반적으로 일기란 개인의 하루하루의 경험, 생각과 느낌을 적은 글로서 주관적 사유와 양심을 내용으로 하는 내면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며 공개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해당한다.
      한편, 초등학교에서는 일기작성의 습관화, 생활반성, 쓰기능력의 향상 등을 목적으로 학생들에게 일기를 작성하게 하고 일기장을 관행적으로 검사해 왔으며, 일기검사를 통해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도 이루어져왔다.

    2. 기본권적 주체로서의 아동
      헌법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통하여 사생활의 내용을 공개당하지 아니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양심의 자유를 통하여 내면적 윤리의식과 사상을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당하지 아니할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뿐 아니라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아동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존중할 것과 사생활, 가족, 가정 또는 통신에 대하여 자의적이거나 위법적인 간섭을 받지 아니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아동기는 독립적 자아를 형성하고 육체적·정신적으로 성장해 가는 시기이나 아동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과 내면적 양심을 가진 권리의 주체이다.

    3. 초등학교 일기장 검사의 기본권 침해여부
      초등학교에서 아동의 일기장을 검사할 경우, 아동이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사생활의 내용이 외부에 공개될 것을 예상하여 일기를 작성하게 되어 자유로운 사적 활동 영위를 방해받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또한 아동이 교사의 검사를 염두에 두고 일기를 작성하도록 함으로써 아동의 양심형성에 교사 등이 실질적으로 관여하게 될 우려가 크고 아동 스스로도 자신의 느낌이나 판단 등 내면의 내용이 검사·평가될 것이라는 불안을 제거하기 어려워 솔직한 서술을 사전에 억제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일기를 강제적으로 작성하게 하고 이를 검사·평가하는 것은 일기의 본래 의미와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아동의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아동 자신이 공개를 목적으로 일기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학교가 아동에게 일기를 작성하게 하여 이를 검사하고 나아가 시상할 경우 일부 아동에게는 일기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이러한 공개를 아동 본인의 자발적 동의와 선택의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초등학교 일기검사의 교육적 목적으로 제시되는 일기작성의 습관화와 생활반성, 글짓기능력 향상, 글씨공부 등을 살펴볼 때, 소중한 삶의 기록을 남긴다는 점에서 아동기에 일기쓰기를 습관화하는 것은 유익한 것이며 생활의 반성을 통해 좋은 생활습관을 형성하도록 할 교육적 필요성도 인정된다.
      그러나 일기검사를 통해 일기쓰기를 습관화할 경우 일기가 아동에게 사적 기록이라는 본래적 의미로서가 아닌 공개적인 숙제로 인식되도록 할 가능성이 커 오히려 일기쓰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또한 글짓기능력 향상이나 글씨공부 등은 일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작문 등을 통한 다른 방법을 통하여 달성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일기검사를 통한 교육적 효과는 아동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일기검사를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방법의 적정성이나 피해의 최소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교육기본법 제12조는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하며, 교육내용·교육방법·교재 및 교육시설은 학습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개성을 중시하여 학습자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강구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보아도 일기검사와 같은 학교교육의 내용과 방식은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 존중과 보호 원칙에 부합하도록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Ⅵ. 결론

    1.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 국제인권기준 및 헌법에서도 인정하고 있듯이 학생, 즉 아동은 교육과 보호의 대상이지만 인권의 주체이기도 하며 학교는 아동이 한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그 권리를 적극적으로 존중하여야 한다.

    2. 그러나 초등학교에서 강제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일기검사는 인격적 존재로서의 아동이 사생활의 내용을 침해받지 아니하고 나아가 자유로운 사적 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려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며, 검사·평가받을 것을 전제로 일기를 작성하도록 함으로써 개인에 대해 그 고유한 양심세계를 보장하고 각자의 고유한 개성과 다양한 윤리적 가치관이 존중될 수 있도록 하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또한 일기장 검사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인권침해 소지가 없는 다른 방법의 강구가 가능하므로 수단의 적정성도 발견하기 어렵다.
    3. 따라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일기를 강제적으로 쓰도록 하고 이를 검사·평가하는 관행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주문과 같이 의견을 표명한다.

    2005.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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