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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7-10-10 23:09
    561돌 한글날 행사를 하고 나서
     글쓴이 : 박정기
    조회 : 6,640  
            561돌 한글날 행사를 마치고




    새벽에 눈을 떴다. 2시간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어제 여러 일들로 몸이 너무 뻐근하다. 그렇지만 오늘 행사를 해야 하는데 지난 해에 행사를 허둥대면서 한 생각이 나서 빠진 부분을 챙겨보았다. 

    빠진 부분이 뭐가 있지. 컴퓨터를 켰다. 1부 행사에 쓰일 한글날에 관한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한글학회에 들어가고, 한글학회 경남지회에 접속했다. 학교에서 쓰기에 적당한 자료가 없었다. 마음이 급하니 왜 학교에서 쓸 만한 자료를 준비해 두지 않지 하는 마음이 일기도 했다. 아, 경계다.  인터넷 검색도 해 보았다. 한글학회에 마련한 ‘한글이 걸어온 발자취’가 2007년인데, 국경일이 되고 몇 년 지났는데 1999년에 머물러 있어 아쉬웠다. 학교에서 한글날 행사로 쓸 수 있는 자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몇 년 전부터 틈틈이 좋은 자료가 있으면 내려받기를 해서 저장해 놓았는데 다시 뒤져 보았다. 자료 가운데 ‘한글날 의의’를 1교시 식전 행사 자료로 계기 자료로 쓰면 좋을 듯 싶었다.

    하나가 해결되니 또 하나가 떠 오른다. 3부 여러 행사 가운데 한글 타자왕 뽑기에 쓰일 바탕 자료가 생각났다. 역시 자료를 뒤졌다. 자료를 찾아 두었지만 또 걱정이 앞선다. 아침부터 바쁜데 인쇄를 부탁한다고 아저씨에게 눈총을 받을 일이다. 그렇지만 눈총이 무서워 행사를 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마음 공부에서 원래는 없건마는 경계에 따라 있어진다고 했다.

    준비를 마치고 나니 새벽 5시 가깝다. 버텨야 하나 잠을 자야 하나. 잠을 자면 더 피곤해서 일어나기 힘들텐데. 그래도 행사를 주관하여 하루 종일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하려면 잠을 자 두어야 할 것 같았다.




    561돌 한글날 행사 준비를 1주일 전부터 했다. 큰틀을 마련하고 나서 국어과 선생님 3분이 모여 서너 차례 모임을 가졌다. 10월 9일을 고집하는 선생님이 있었지만 거창의 예술제 행사, 학교 행사 때문에 학기초 계획 짤 때 잡은 날짜에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늦추고 말았다. 아쉬움 점이 있지만 그래도 한글날 행사를 하지 않는 것에 견주겠는가?

    1주일 전부터 한글날 행사를 준비했다. 시간 계획, 3부 행사에 따른 학생들의 희망을 받아 자기가 원하는 부분에 참여하는 숫자를 정하고 도화지, 글쓰기 자료, 만화도화지까지 숫자를 10월 6일까지 담임 선생님에게 부탁했지만 반별 숫자가 맞지 않은 반이 있어 월요일 다시 확인을 마치고 결재를 받았다. 지난 해에는 손수 물품들을 구입했다. 행정실에 이야기를 하면 알아서 물품을 구하고 서류까지 해달라고 했는데, 어쩐 일인지 올해는 선뜻 행정실에서 알아서 구해준다. 예산에 들어가는 값이 삼십여만원이다.

    행사 계획은 지난 해 틀에 맞추어 1부, 2부, 3부로 짰다. 지난 해 행사를 해 보니 오전 1부 기념식, 2부 맞고 틀림의 문제 맞추고, 한글왕 뽑기를 했다. 2부는 겹치는 부분이 많아 학생들이 지루하고 선생님들도 그러고 해서 바꾸었다. 또 다른 행사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식전 행사로 ‘한글날의 의의’를 인쇄물로 나누어 주고, 3행시나 4행시 짓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반별로 2편씩 뽑아 1부 기념식 행사를 마치고 2부 한글왕뽑기에 들어가기 앞서 발표를 하고 시상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출근하자마자 어제 퇴근하면서 챙겨둔 3, 4행시 쓰기 위해 인쇄해 둔 것, 어제 훈민정음, 한글날 노래, 글쓰기 종이를 확인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마련한 인쇄물을 아침부터 부탁하여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인쇄를 부탁했다. 서둘다 보니 인쇄를 해 둔 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 다시 부탁하려고 하니 그것은 인쇄를 해 두었단다.

    행사가 시작되고 담임이라 교실에 들어가야 하지만 다음 행사를 준비해야 하기에 음악 선생님에게 전화를 하니 행사에 필요한 자료를 음악실로 가져달란다. 손수 찾아가서 1부 기념식과 2부 우리말 힘겨루기 자료를 넘겨주면서 애국가를 말하니 준비되어 있단다. 그래서 한글날 노래는 인터넷에서 내려받기를 하면 된다고 하니 노트북은 인터넷이 곧바로 안 되기에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단다. 알아서 부탁하라고 하면서 한글로 만든 식순 자료를 뽑아주고 강당으로 갔다.

    아침에 전화를 했기에 현수막이 준비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사람이 보이지 않아 다시 전화를 하니 설치하러 갔단다. 혹시나 싶어 교문 앞으로 나가니 교문 위에 걸고 있다. 설치하는 것을 풀어 강당으로 가져갔다.

    아이들은 한둘 오는데 노트북과 빔을 설치해야 할 선생님이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급하다. 순간 마음을 챙겼다. 서두른다고 일이 더 잘 되는 것은 아닌데 내가 왜 이리 허겁지겁하나. 지난 해 허둥대니 마음만 급하고 일은 오히려 더디지 않던가? 내가 한글날 행사를 위해 전혀 준비를 하지 않은 거도 아닌데. 혼자 뛰어다니다고 더 잘 되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함께 마음을 모아야지. 마음을 챙겨 들여다보니 마음이 조금은 가라 앉는다.

    아이들이 강당에 다 모였는데 컴퓨터와 빔을 연결했는데도 화면이 뜨지 않는다. 여기 전기 전화를 하고 빔의 연결선을 몇 번이나 뺐다 꽂았다 하니 화면이 보인다.

    식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어제 훈민정음 낭독’을 회장, 문병란의 ‘식민지 국어시간’ 은 부회장이 준비를 했다가 아침에 바꾸었는데 사회를 보는 국어선생님에게 잘못 전달하여 꼬인다. 내가 잘못했는데 오히려 사회를 보는 선생님이 안절부절이다. 그렇지만 지켜보니 무사히 넘긴다. 사회를 맡기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식전 행사와 제 1부 기념식 행사는 무사히 끝났다. 잠시 쉬었다가 3,4행사 반별 우수 작품 2명씩 발표를 하기로 하고 제 2부 우리말 힘겨루기로 넘어가기로 했다.

    여학생 400명 가까운 소리가 시끄럽다. 사람 마음대로 조용히 해주었으면 좋으련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 아이들 모습조차 이뻐 보인다.

    다시 강당 분위기를 바꾸었다. 마이크 시설이 좋지 않아 발표할 학생들을 몇 번이나 부르고서 나왔다. 12개반 24명의 아이들. 1학년 1반부터 차례대로 무대에 올라가서 발표를 하도록 했다. 1학년들이 순발력이 있고, 재치가 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2,3학년 발표가 끝이 났다.

    제 2부 우리말 힘겨루기 행사. 지난 해 문제를 몇 차례 활용한 문제로 올해는 친구 김병일의 도움을 받았다. 한글학회 경남지회에 누리집 회원으로 가입하여 받은 문제를 정리하여 활용했다. ①맞고 틀리고 문제 ②4개 가운데 하나 고르기 ③정답 쓰기로 진행을 했다. 예상문제를 학교 누리집에 올려놓았지만 시험 기간으로 말미암아 접속한 학생이 적고, 또 늦게 올린 까닭으로 행사에 들어가기 전에 확인해 보니 생각보다 접속한 학생의 숫자가 적다. 10번 문제에서 몇 명 남지 않아 ‘살려주세요’ 문제를 하나 내고 진행을 했지만 시험 뒤끝이라 18번에서 3명만 남아서 3명을 대상으로 1,2,3위를 정했는데 공교롭게도 문제를 본 아이들이고 2학년 3반 아이들이다.

    2부 행사를 마치고 아이들을 교실로 들여보내고 급식소에 가서 점심을 언제쯤 먹을 것인가 물으니 12시 15분쯤은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말 힘겨루기 시간이 예상보다 일찍 마무리되는 바람에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10여분 남았다. 다른 날보다 20여분 이른 시간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5,6교시 3부 다양한 행사들을 했다. 한글날, 우리말에 따른 글쓰기(시, 산문), 만화그리기, 광고 만들기, 포스터 그리기, 생각지도 그리기, 한글타자왕 뽑기.

    행사를 시작하고 반마다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지난 해 행사 진행하느라고 다른 선생님에게 부탁을 했지만 쓸 만한 사진 자료가 부족했다. 10여년 동안 학교 행사 사진을 찍어 온 까닭으로 내 몫이 되어버린 행사 사진들. 올해는 챙겨야 할 것 같았다. 부문별로 사진을 찍어두기 요즘들어 아이들이 내가 사진기만 들고 가면 피해버린다. 그래도 사진을 찍는 것은 내 할일. 12개반 1,2,3학년 교실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어떻게 나올지. 디카로 찍지 않았으니까?

    행사를 마무리할 무렵 피곤이 밀려온다. 지난 해보다 흥분되진 않는다. 그러나 차분하게 진행한 것 같다. 선생님들은 3학군 장학지도 준비를 이틀 앞두고 있어 정신이 없는데도 모두 협조를 잘해 주어 고맙다. 

    몇 년째 한글날 행사는 내 몫이다. 물론 나 혼자서 다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행사를 할 때 힘들어서 내년에는 그만 둘까 하다가 어느 새 여섯 번째까지 왔다. 어느 선생님한테 그런 말을 하니 씩 웃는다.
    내년에는 어떻게 펼칠 수 있을까? 아이들이 흥미있고 행복하게 이 행사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561돌 한글날 행사를 마치고 떠 오르는 생각을 적어본다.

    2007.10.10 박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