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6-08-03 16:24
글쓴이 :
정유철
조회 : 6,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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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정 연수를 받고 있어요. 재미가 없어요. 차라리 산에 들어가 혼자서 조용히 공부를 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생각은 방학 때마다 하지만 다른 일에 밀려버리곤 합니다. 아무튼 이런 저런 강의를 들으면서 생각이 많아요. 하나같이 불만입니다. 그런데 이제 곧 시험이에요. 그래서 시험에 관련된 문제를 써 보려고 합니다.
국어교육의 방향.
국어교육은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많이 배웠다는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고 생각하고 밤새 토론을 해도 그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문제인데 그럴수밖에 없다. 그들은 머리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우리 말 공부를 해 본 사람, 글쓰기를 하고 말하기를 같이 해 본 사람은 국어수업이라는 것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오히려 아주 간단하다.
살아가면서 드는 생각이나 할 말을 자유롭고 쉽게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글로 쓰는 것. 그러면서 내 삶을 가꾸어 가는 것. 그것이 국어교육이 할 일이 아닌가. 물론 다른 교과에서도 글쓰기를 해야 한다. 글쓰기는 국어교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교과도 글쓰기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교육과정에서 말하는 것도 사실은 이것인데 괜히 어려운 말을 해 놓은 것이다. "언어 사용 능력의 신장" 이게 무슨 말인가? 이제는 언어도 사용하는 것이 되어 버렸고 신장이라는, 말로 들어서는 뜻을 알수 없는 중국글자말을 예사로 쓴다. 그러니 그 뜻이 가물가물하고 안 잡히는 것이지. 옛날에는(4차 교육과정까지) 지식을 전하는 것이 국어과에서 하는 일이었다. 가르치고 외우게 했다. 하지만 5차 교육과정부터는 도저히 안되겠는지 구성주의라는 것을 들고 나왔다. 구성주의가 뭔가? 옛날 식으로 윗 사람이 아랫사람한테 지식을 전하는 노릇 그만하자는 것 아닌가? 이제는 배우는 사람이 스스로 알고 파혜치고 지식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은 그럴 듯 한데 교과서는 바뀐 게 없다. 교과서는 여전히 외우고 문제풀고 지식을 전하는 꼴이다. 그래서 욕도 많이 먹었나보다.
구성주의니 학생중심활동이니 협동학습이니 하는 방향은 8차를 만드는 이 마당에도 여전히 중심에 있는 방향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 새로운 방향이 어떤 뜻이 있는지, 정말 그렇게 가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새로운 방향은 말로만 따지면 당연한 길이다. 옳은 방향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말하고 글을 쓰고 토론하면서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도우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을 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아닌게 아니라 국어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이 이래야 한다. 위에서 아래로 한쪽에서만 주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고 만들어 가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국어교육과정이나 교과서가 실제로 이렇게 되어 있나? 아니다. 학생중심활동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중심에는 학생이 없는 교과서다.
먼저 교육과정이 너무 빡빡하고 많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문학, 국어지식... 가르칠 것을 너무 많이 만들어 두었다. 이렇게 가르칠 것이 많은데 무슨 학생중심활동이 되겠는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는 학생중심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실제로 보니 여러가지 활동을 주고 학생들이 스스로 말하고 쓰는 활동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읽고 쓰고 말하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하는 것을 억지로 나눠 놓고 쓸데 없이 적어 놓았다. 예를 들면 쓰기에서 '내용을 조직하며 쓸 수 있다.'가 목표인데. 이 말 뜻이 확실히 뭔지도 모르지만 이런 활동은 아이들을 글을 쓸 때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인지과정이라고 말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쓸 데 없이 이런 말을 써 놓고 그것도 학습 목표로 잡아 놨을까. 그것은 이 교과서를 쓴 사람들이 실제로 아이들과 글쓰기를 하거나 말하기를 해 보고서 교과서를 쓴 것이 아니라 이론을 가지고 그것도 외국 사람들이 자기 나라말을 어떻게 가르칠까 하고 연구한 것을 가지고 교육과정이나 교과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교육과정이나 국어교과서가 가진 가장 큰 문제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이론 병, 외국 병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국어교육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실제 학생중심활동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마음 껏 글쓰기나 말하기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마음껏 솔직하게 글을 쓰는 데 걸리는 장애를 없애고 자유롭고 쉽게 말하고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연필을 주고 칠판에 제목을 적어 주고 써라고 하면 글을 잘 쓰나? 그러면 끝인가? 이렇게 말하는데 그 사람은 정말 아이들과 글쓰기 공부를 안 해본 사람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다만 시중에 나오는 여러 가지 글쓰기 책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4차 교육과정까지는 아이를 방에 가두어 놓고 두 발과 두 팔을 꽁꽁 묶어 놓고 입에다가 밥을 퍼 먹이는 짓을 했다면 지금 교육과정은 겨우 손 하나만 풀어 준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학생중심이라고 말할 수 없다. 나머지 끈도 풀고 방문도 활짝 열어주고 들로 산으로 나가 놀고 공부하고 일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게 해야 한다. 그럴때만 구성주의니, 협동학습이니 학생중심활동이라는 이론도 실체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만 살아 있는 국어교육, 삶이 있는 국어 교육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2006.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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