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6-07-26 23:40
글쓴이 :
이주영
조회 : 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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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머리말 1. 쓰는 차례와 중심을 정해서 2. 혼자말로 쓸 것인가. 주는 말로 쓸 것인가? 3. 사실대로 정직하게 4. 자세하게 쓰기와 정확하게 쓰기 5. 바르게 살아가는 공부부터 해야 6. 옳고 그름을 비판하는 정신 7. 같은 글감으로 쓴 글 견주어 보기 8. 깨끗한 우리말로 써야 작품 찾기 어떻게 쓸까요? ―책 머리에 이 책은 어린이들이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답해 놓은 책입니다. 대답은 여덟 가지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이 여덟 가지는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 누구나 반드시 알아 두어야 할 매우 중요한 문제와 방법들이니 부디 잘 살펴서 읽어 주세요. 여덟 가지 자리마다 어린이들의 글을 여러 편 들어 놓고, 그 글마다 내 생각을 적어 놓았는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어린이 여러분이 느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책과 함께 나오는 《와아, 쓸 거리도 많네》란 책은 이 책과는 언니와 아우 같은 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와아, 쓸 거리도 많네》를 읽은 다음에 이 책을 읽도록 생각해서 만들었습니다만, 이 책을 먼저 읽고 그 책을 나중에 읽어도 괜찮고, 이 책만 읽어도 좋습니다. 이 책을 내게 된 내력은 이러합니다. 여러 해 전에 어느 어린이 잡지에서 어린이들의 글을 달마다 모집해서 실었는데, 그때 내가 글을 가려 뽑는 일을 하면서 뽑은 글마다 내 생각을 적어 함께 실었습니다. 그런데 전국 각처에서 달마다 보내온 어린이들의 글이 너무 보잘것 없었고, 거의 모두 교과서나 그 밖의 책에 나온 글을 흉내 내거나 베껴 쓴 것이어서 뽑아 실을 만한 것을 한 달에 한두 편 얻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웬만한 글이면 싣게 되었고, 한편 한국글쓰기연구회 회원 선생님들이 보내준 학급문집에서 몇 편씩 찾아내어 싣기도 해서 그럭저럭 두어 해 연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 그 글들을 그대로 버려두었던 것인데, 이번에 다시 읽어 보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모두 모아 책으로 내기로 했습니다. 먼저 체계를 세워 자리를 정하고, 작품을 골라 자리에 맞춰서 앉혀 보니 작품이 많이 모자랐습니다. 그래서 다시 또 글쓰기회 선생님들의 학급문집에서 글을 많이 찾아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쓴 글 이야기도 다시 읽어 보니 너무 허술해 죄다 고치고 새로 쓰고 했습니다. 이래서 된 것이 이 책입니다. 이 책 끝에는 보리고 든 어린이 글을 차례로 들어 〈작품 찾기〉표를 만들어 놓았는데, 글이 그다지 좋지 않아 비판하기만 한 것은 지은이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어린이들이 글쓰기의 바른 길을 알게 되고, 글쓰기를 즐기게 되기를 바랍니다. 참 사람이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살아 있는 말로 살아 있는 글을 쓰는 일입니다. 1993년 4월 이오덕 ※ 보기로 든 글 가운데 학급문집에서 가려 뽑은 작품을 지도하신 선생님들의 이름을 다음에 밝혀서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드립니다. (글이 나온 차례대로이며, 존칭을 줄였습니다.) 장태분 윤태규 김녹촌 김선의 주순중 천정치 송정숙 류동효 이재삼 배홍태 김진문 이부영 이성인 류인성 이호철 권혁범 배 숙 주중식 김익승 최복순 신유리 최명표 7. 같은 글감으로 쓴 글 견주어 보기 여기 같은 글감으로 쓴 글을 몇 가지 모아 놓았습니다. 맨 처음에 나오는 글 여섯 편은 어린이들이 장래 희망을 쓴 것입니다. 여기서 시골에 사는 어린이와 도시에 사는 어린이들이 앞으로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어 하는가, 어른들의 직업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세요. 한 가지 참고로 말해 두고 싶은 것은, 시골 어린이가 앞으로 자라나면 공장에 가서 일을 하겠다든지, 솜사탕 장사를 하겠다든지 하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 집 생활이 그만큼 힘들고 부모님들이 언제나 일을 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하루 빨리 자라나 나도 일을 해서 집안 살림살이를 도와야 하겠다는 사람다운 태도에서 나오는 말이라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도시고 농촌이고 무슨 학자가 되겠다든지, 운동선수가 되겠다든지, 가수가 되겠다든지 하는 어린이들은 부모님들이 어디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다만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만 쳐다보고 부러워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된다는 점입니다. 그 다음에 차례로 나오는 ‘점심시간’과 ‘시험’ ‘독서 감상문’ ‘전학 간 친구’ 네 가지 글감들은 각각 두 편씩 들어 놓았으니 잘 견주어 보시기 바랍니다. 학교의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은 이야기를 쓴 두 어린이는 똑같이 빵과 우유를 가지고 온 은실이 이야기를 썼지만 그 글이 많이 다릅니다. 여기서 어떤 모양이나 일을 그려 보이는 표현의 문제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시험’에 대한 생각을 쓴 글 두 편은 어린이들에게 언제나 걱정거리가 되어 있는 시험을 두고 두 아이의 생각이 다르게 나타나 있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독서 감상문 두 편은 영웅들의 전기를 읽고 쓴 두 사람의 생각이 아주 달라 재미있습니다. ‘전학 간 친구’란 제목으로 쓴 두 편은 내용이나 표현이 대조가 될 만큼 다른 것은 아니고, 다 같이 오늘날 우리나라 농촌학교의 형편을 잘 보여주고 있는 글이 되어 있습니다. 같은 제목이나 같은 글감으로 쓴 글을 읽고 견주어 보는 데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가 하는 글쓰기 문제를 좀 쉽게 풀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버스 운전기사 /서울 구의 1년 김규환 나는 커서 버스 기사가 되겠다. 소형버스 1대를 몰고 돈도 벌겠다. 운전도 잘 하고 안내방송도 잘 하겠다. 음주운전도 하지 않고 양보운전을 하겠다. 신호도 잘 보겠다. (비행기 날리기 92.2) 이 어린이가 공부하고 있는 반의 어린이들이 써놓은 장래 희망을 보니 ‘과학자’ ‘의사 선생님’ ‘피아노 선생님’ ‘유치원 선생님’ ‘국민학교 선생님’ ‘경찰’ 이런 사람이 되겠다는 어린이가 대부분이고, ‘버스 운전기사’가 되겠다는 어린이는 이 어린이뿐입니다. 아마도 이 어린이의 아버지나 친척 어른 가운데 버스를 운전하는 분이 있어서 자주 버스 운전 이야기를 해준 모양이지요. 어른들이 쓰는 ‘음주운전’ ‘양보운전’같은 말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어른들 따라 자기 앞날을 생각해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국민학교 1학년생이 앞으로 어른이 된 다음에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은 별로 뜻이 없습니다. ‘과학자’ ‘선생님’ ‘의사’ ‘경찰’ 이런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어린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어린이의 글과 함께, 광명시 가림국민학교 6학년 어느 반에서 나온 문집을 보았더니 졸업생들의 장래 희망이 모두 ‘사업자’ ‘과학자’ ‘선생님’ ‘의사’ ‘그룹 회장’ ‘운동선수’ ‘학자’ ‘아나운서’…이렇게 되어 있는데, 무슨 직업을 가리키지 않고 그냥 ‘가장’ ‘애 아빠’라 써놓은 어린이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이렇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가, 이렇게 벌써 어른이 되어버렸는가 싶어 좀 한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이다 어린이로서 살아가지 못하고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나의 생각 /경북 석포 3년 김정성 나는 나중에 크면 장사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아버지는 영주에서 솜사탕 장사를 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내가 크면 우리 아버지가 쓰시던 기계를 물려받아 나도 장사를 할 것입니다.
내가 나중에 크면 /경북 석포 3년 김윤경 나는 나중에 크면 공장에 들어갈 것입니다. 나는 공부하는 것보다 공장에서 열심히 일을 더 하고 싶습니다. 공부를 해서 나중에 대통령이 되고 싶다든지, 무슨 운동선수가 되겠다든지 하는 헛된 생각을 하지 않고, 장사를 하거나 일을 하면서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고 싶어 하는 것은 얼마나 건강한 생각입니까? 공장이나 논밭에서 일하는 사람을 훌륭하게 보는 이런 사람이 많아야 우리나라가 앞날에 희망이 있습니다. 앞으로 나는 /경기 성사 6년 정지년 나는 처음에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나의 만화는 단순하여서 기술자로 꿈을 바꾸었다. 이곳으로 이사 오자 움직이는 프라모델에 마음이 끌렸고, 전동기, 탱크 등의 원리를 알게 되었다. 총도 한 번 만져 보았다. 재미있다고 생각하여 원리를 연구해 보았다. 그 결과 총의 생명은 스프링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꿈은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나는 연구한 것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 즉, 연구하고 그것을 설계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만드는 발명왕이 되겠다는 결심이다. 장래에 내가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발명가의 길로 가기 위해 나는 노력할 것이다. 무엇에 재미를 붙여 열중하다 보면 ‘나도 장차 어른이 되었을 때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지’하고 흔히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은 자연스런 마음이지요. 그러나 아직 국민학생이라면 어른이 된 뒤에 무슨 직업을 가지나 하는 문제에는 마음을 쓸 필요다 없습니다. 무슨 직업을 가질까 하는 문제보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6학년이라면 만화책이나 장난감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더 크고 깊게 열어주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겠습니다. 장래 희망 /광주 백운 6년 강은미 나는 어렸을 땐 언제나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나는 누구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커가면서 그 생각이 잘못된 점이 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훌륭한 사람이란 꼭 높은 벼슬, 돈 많은 부자, 인기 많은 가수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기의 이치에 맞게 행공하고, 착하고, 성실하게 자기의 소질을 키워가는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나의 희망의 첫걸음은 TV탤런트가 되는 것이었지만 너무 화려해서 그만 그 꿈은 버렸습니다. 내가 1학년 피아노 학원에 다닐 때부터 피아니스트가 되는 게 저의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감으로써 꿈은 바뀌었습니다. 요즘은 음대 교수가 되는 게 꿈입니다. 음대 교수의 꿈은 좀처럼 싫증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젠간 또 꿈이 바뀌어지겠지… (쓴 날짜 89.1.19) ‘훌륭한 사람이란 꼭 높은 벼슬, 돈 많은 부자, 인기 많은 가수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음대 교수가 되려고 했군요. 교육자가 되고 싶으면 유치원이나 국민학교의 선생님이 되어도 좋지요.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은 남을 위해 땀 흘려 일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참 이치를 빨리 깨닫는 사람일수록 더 훌륭합니다. 글을 고쳐야 할 데가 여러 군데 있습니다. ‘나는 누구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이렇게 썼는데, 바로 앞에 생각했다는 말이 나와 있으니 ‘고 생각 했습니다’는 없애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커가면서 그 생각이 잘못된 점이 있다는 걸 알아 냈습니다’고 했는데,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왜 잘못되었는가요? ‘나의 희망의 첫걸음…’이란 말도 입으로 하는 말로 쓰는 것이 좋겠네요. 다음은 바로 써야 할 낱말을 지적해 둡니다. ‘했었습니다’는 ‘했습니다’로 써야 합니다. 어른들이 더러 ‘했었습니다’ ‘갔었습니다’로 쓰더라도 따라 쓰지 마세요. 그것은 서양 말법 흉내 내는 아주 잘못된 말입니다. 여러분들이 어른들 하는 것 그대로 따르다가는 말이고 글이고 우리 것 다 잃게 됩니다. ‘탤런트’도 서양말이니 ‘연기자’라고 말해야 됩니다. 제 정신이 없이 살아가면 글도 이렇게 어른들 따라 잘못 쓰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나의 앞날 /경남 샛별 6년 주지용 아버지는 고제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에 가서 구두 닦기, 휴지 팔기와 비 올 때는 비닐 우산을 팔았다고 한다. 지금은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는 안 다니는 아이들이 없다 .나는 중학교 다 하고, 고등학교 붙으면 계속 하고, 떨어지면 공장에 일하든지 아버지 밑에서 옷 만드는 일을 하겠다. 아버지는 사장, 나는 직공이 되어 돈을 잘 벌면 된다. 또 엄마는 고등학교 떨어지면 나하고 같이 과자 장사나 술장사는 하자고 했다. 왜 나하고 할라 하는 사람이 많을까? 수원 고모부도 오라하고, 수원 이모 집에서도 오라고 한다. 참말로 걱정이다. 고등학교를 나와야지 겨우 장가를 들지, 중학교를 나온 사람에게는 시집을 알 갈라고 한다. 그래서 공부를 푸지기 해야 한다. 나한테 시집 올 사람이 없으면 노총각으로 살면 되지 뭘 걱정하나, 우리 반 아이들아. 이 글을 읽으니 저절로 웃음이 나고, 마음이 기쁩니다. 요즘 세상에도 이렇게 마음을 크게 가지고 살아가는 아이가 있구나 하고 놀라게 됩니다. ‘나한테 시집 올 사람이 없으면 노총각으로 살면 되지…’ 그렇다. 이제 국민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장차 어른이 되어 장가가고 시집갈 걱정, 무슨 직업을 가질 걱정, 그런 걱정까지 당겨서 하다니! 그렇게도 빨리 어른이 돼버렸는가? 걱정하지 말라. 고등학교 못 붙으면 그만이고 공장에 가서 일하면 되지. 공장에 못 가면 장사하면 되고, 장사 못하면 농사짓고…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 이 글을 쓴 어린이가 ‘돈을 잘 벌면 된다’고 했는데 그냥 해본 말이라 생각됩니다. 그까짓 돈은 또 악착스럽게 벌어 무엇을 하겠어요? 그것도 다 어른들이나 하는 짓이지요. ‘왜 나하고 할라 하는 사람이 많을까?’ 했는데, 아마 이 어린이가 무슨 일이든지 부지런히 하면서 마음이 넓다는 것을 모두가 아는 모양이지요. 부디 그런 사람다운 마음으로, 크고 넓은 마음으로 언제까지나 살아가세요. 그러면 세상이 다 제 것으로 될 테니까요. 점심 시간 /경남 샛별 3년 이경은 오늘 점심 시간의 일이다. 오늘 점심 시간에는 선생님께서 우리 분단에서 점심을 잡수시는 날이다. 선생님께서는 반찬을 2통이나 싸 오셨다. 우리들이 먹고 있는데, 은실이가 빵과 우유를 싸 왔다. 은실이는 선생니께 이렇게 말했다.(자세히는 모르겠다) “선생님, 빵과 우유를 싸 와도 됩니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건 좀 곤란한데.” 하고 말씀하셨다. “은실아, 너 그 빵 가지고 이리 와.” 은실이는 선생님 옆으로 갔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은실아, 그 빵 나 주고, 너 밥 나하고 같이 먹자.” 은실이는 “네.” 하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은실이의 얼굴을 보니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다 먹고, 이제 선생님께서 은실이에게 빵을 주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은실아, 빨리 다 나누어줘.” 은실이는 아이들에게 빵을 다 나누어 주었다. 이제 우리가 나가 놀려 하니 종이 쳐서 공부를 시작했다.
밥 /경남 샛별 3년 박보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점심 시간에 학교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으니 은실이가 빵과 우유를 사서 들어오고 있었다. 선생님께서 이리 오라고 하시며 선생님 밥을 은실이에게 반을 주었다. 난 선생님 밥이 적을 것 같아서 “선생님 밥은요?” 하고 물어 보았다. 선생님께서 잠깐 생각하시더니 “아! 너희가 나한테 밥을 한 숟가락씩 주고 이 빵을 나중에 밥을 다 먹고 나서 조금씩 갈라 먹어라.” 고 하셨다. 우리는 그렇게 한다고 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괜찮겠지? 은실아.” 하고 은실이에게 물었다. 은실인 울려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난 다시 밥을 먹다가 은실이를 보니 밥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반찬은 줄어들지가 않았다. 선생님께서도 그것을 보셨다. 그러더니 은실이에게 “은실아, 반찬도 먹어야지.” 하시며 숟가락에 반찬을 놓아 주셨다. 은실이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은실이가 앞으론 밥을 싸 왔으면 좋겠다. 점심 시간에 도시락을 먹은 이야기인데,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두고 쓴 것이지만 두 어린이가 쓴 것이 달라서 재미가 있습니다. 어떻게 다른지 잘 견주어 보세요. 그리고 왜 그렇게 달리 썼는지 생각해 보세요. 똑같은 나무나 사람의 얼굴을 그림으로 그려도 그리는 사람의 자리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또 자세히 보았는지 겉스쳐 보았는지에 따라서도 다르겠지요. 이 두 이야기에 나오는 선생님은 은실이에게 도시락 밥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은실이가 먹으려던 빵은 모두 같이 먹도록 나누어 주게 했습니다. 선생님이 하신 이런 일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나는 참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봅니다. 시험에 대하여 /경기 의정부 6년 서희연 시험은 나에게 제일 지겹고 고달프다. 그 이유는 시험을 본다고 엄마에게 말씀드리면 공부, 공부, 공부랑 말씀밖에 들리지 않는다. 정말 고달프다. 90점의 평균점수를 넘지 못하면 화만 내신다. 성적표를 받아 오면, “이게 시험 본 거냐?” “니가 요즈음 아주 이상해졌어!” 라고 야단만 치실 뿐 다른 말씀은 없으시다. 그래서 나는 시험이 나를 위한 것인지 부모님을 위한 것인지 모른다. 시험 보는 날이면 집에 가기 싫고 엄마의 무서운 얼굴도 보기가 싫다. 지겨운 시험! 고달픈 시험! 엄마에게 눈총받기가 싫어진다. 고달프다. 고달파! 시험은 왜 생겨났을까? 사람들을 혼내기 위해서? 정말 너무한다.
시험에 대하여 /경기 의정부 6년 오정미 우리가 학교에 다니는 것은 많은 지식을 쌓고 공부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배우는 것을 평가하는 것이 시험이다. 다른 아이들은 시험이라는 말만 들어도 지겨워하면서 시험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난 시험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시험을 보면 나의 실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컨닝을 하고 시험점수를 고치고 짜고 하는 것은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 만드신 것이다. 집에 가면 엄마는 “시험 잘 봤니?” 하고 물으신다. 그럼 못 봤다고 말씀드리면 엄마는 화를 내시면서 누구는 잘 하는데 너는 왜 그렇게 못하냐고 하시면서 핀잔 반, 꾸중 반이고, 학교에서는 선생님께서 시험 못 보면 화를 내시며 매를 드시기도 한다. 아마 어른들과 선생님들께서 그렇게 부담만 안 주신다면 아이들은 자기들의 실력으로 열심히 할 것이다. (두 편) 시험에 대하여 두 어린이가 쓴 생각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 있지만, 선생님과 부모님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같습니다. 두 편 다 자기의 생각을 썼습니다. 이런 감상문을 쓸 때는 무엇보다도 자기의 마음을 솔직하게 써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 혼자 처지만 생각하지 말고, 다른 모든 어린이의 처지를 함께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플루타르크 영웅전 /경기 호암 6년 정관웅 오늘 플루타르크 영웅전이라는 책을 보았다. 알렉산더는 비록 33세에 죽었지만 세계를 정복하려는 용기가 나를 크게 감동시켰다. 또한 케사르가 로마를 점령하려는 용기가 매우 인상 깊었다. 나도 용감해져야겠다. 전쟁을 일으켜 사람을 수없이 죽이고, 남의 나라를 쳐서 점령하여 이름이 난 사람을 훌륭하다고 높이 볼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을 영웅이라고 찬양한 것은 군국주의자들, 독재자들이 그렇게 한 것입니다. 악마와 같은 살인자들의 용기를 본받다니! 잘 생각해 보세요. 사람의 역사는 이제 민주주의로 가고 있고, 남의 나라를 정복하는 미치광이 같은 영웅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나폴레옹과 알렉산더 대왕 /서울 가락 6년 장수민 익진이가 내가 책을 읽는데 와서 “누나, 나폴레옹이 나쁜 놈이지?” 하고 물었다. 나는, “나폴레옹이 남의 나라 땅을 빼앗아서 누나는 나쁜 놈이라고 생각해.” 하고 말해 주었다. 익진이도 내 말에 찬성하면서 “도둑놈”이라고 했다. 정말 익진이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내가 읽는 책에서 ‘알렉산더 대왕’이 나왔는데, 알렉산더 대왕도 나폴레옹과 똑같은 도둑놈이라고 생각된다. 남의 나라에 쳐들어가고 세계를 정복하려는 허황된 생각을 하는 나쁜 왕이다. 이렇게 남의 나라를 무력을 써서 빼앗는 왕을 훌륭한 위인으로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것 같다. 나는 나폴레옹과 알렉산더 대왕의 이런 나쁜 점을 본받지 않아야겠다. 이 글은 1987년 9월 11일에 쓴 것이지만, 앞의 글 〈플루타르크 영웅전〉과 잘 맞견줌이 되겠기에 여기 실었습니다. 이 글을 쓴 어린이는 나폴레옹도 알렉산더 대왕도 똑같은 도둑놈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은 어디서 배웠을까요? 책이나 어른들께 배웠을 수도 있지만, 배우지 않고서도 어린이들은 잘 압니다. 어린이의 깨끗한 마음은 세상의 참이치를 바로 느끼고 알아낸다고 나는 믿습니다. 전학 간 친구 /경북 석포 4년 김경란 내 친구 중 미진이와 소희는 각기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갔다. 미진이와 소희는 나랑 친한 친구였다. 그중에서도 소희가 나랑 제일 친한 친구였다. 나는 소희가 전학을 갈 때 제일 친한 친구이면서도 잘 가란 인사도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편지도 써 놓고는 부치질 않았다. 나는 소희가 생각난다. 매일 같이 다니고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삐지지 않는 친구였다. 그리고 공부도 잘 하고 얼굴도 예뻤다. 소희가 전학 가기 전에는 서로 편지하고 전학을 가고 나서 편지를 쓰려고 하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편지는 써 놓고도 부치질 않았다. 나는 소희가 전학을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공부 때문에 서울로 간다니 어쩔 수 없다. ‘소희는 지금쯤 공부는 잘 하고 친구는 많이 사귀었을까?’ 정말 궁금하다. 소희는 주은이한테는 편지를 보내면서 나한테는 왜 편지를 안 보내주는지 모르겠다. 편지를 보내 주지 않을 때에는 제일 친한 친구인 소희도 밉게 여겨진다. 소희는 방학 때에는 석포에 온다. 소희네 아빠가 석포에 있기 때문이다. 그때의 소희 모습은 조금 달라졌을 것 같아서 만나면 “잘 있었니?” 라는 말도 못하고 그냥 웃기만 하고 헤어질 것 같다. 이제까지 그렇게 해 왔기 때문이다. 제발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재미있었던 일들을 다 말하고 즐겁게 놀다가 헤어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전학 간 내 친구 소희가 정말 보고 싶다. 용기를 내어 내가 먼저 편지를 쓰겠다. 멀지만 전화도 해 보겠다. 전학 간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잘 나타난 글입니다. 더구나 ‘소희는 방학 때에는 석포에 온다…그때의 소희 모습은 좀 달라졌을 것 같아서 만나면 “잘 있었니?”라는 말도 못하고 그냥 웃기만 하고 헤어질 것 같다. 이제까지 그렇게 해 왔지 때문이다’고 쓴 대문은 자기의 마음을 아주 자세하게 살펴서 정확하게 나타내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소희가 전학을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공부 때문에 서울로 간다니 어쩔 수 없다.’고 쓴 것은 앞뒤 말의 줄거리로 보아 잘못되었어요. 이것은 지나간 일로 써서 ‘…서울로 간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해야 앞뒤의 말이 잘 이어질 것입니다. 또, ‘왜서’란 말은 사투리로 썼다면 모르지만 잘못 유행하는 말이 아닌지, 그냥 ‘왜’라고 쓰는 것이 옳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전학 간 친구 /경북 석포 5년 김옥희 나랑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은 거의 다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친구들은 전학을 가는 것이 좋은가 보지만, 나는 정든 학교를 떠나는 게 왠지 싫다. 하기야 이런 촌 학교에 다니다가 도시 학교로 전학을 가면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고, 공부도 잘 할 수 있게 되니까 좋을 거다. 하지만, 학교 아이들이 전학을 너무 많이 가면 우리 학교가 어쩜 분교가 될지도 모른다. 전학 가는 아이들을 보면 나도 전학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나는 전학을 간다면 분교로 가고 싶다. 분교는 학교도 작고, 학생 수도 적지만, 아이들 마음씨가 착할 것 같다. 하지만, 난 아무래도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전학을 가지 못할 것 같다. 전학 간 친구들 중 정임이와 지원이는 나랑 별로 친하지는 않았지만, 웬일인지 생각이 많이 난다. 그리고, 나랑 가장 친했던 친구 경희도 지금은 나를 몰라볼지도 모를 것이다. 전학 간 친구들 중에는 지금도 한 달에 몇 번씩 편지를 보내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아예 우리 학교를 잊고 있는 아이들도 있는지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학교를 잊어서는 안 되겠다. 다른 친구들은 몰라도 작년에 전학을 간 순화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순화는 집한 형편도 그리 좋지 못한 데다가 엄마까지 돌아가셨다. 아이들은 왠지 모르게 순화랑 놀지 않으려고 했지만, 나랑은 조금 친하게 지냈다. 그때 선생님과 반 아이들은 많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돈을 모아서 라면과 연필을 샀다. 우리반을 대표해서 몇 명의 아이들이 선물을 들고 순화네 집에 찾아갔는데, 그중에 나도 끼어 있었다. 선물을 전해 줄 때 정말 눈물이 글썽거렸지만, 아이들 덕분에 웃을 수 있었다. 그런데, 순화는 작년 겨울 방학 때 우리들에게 아무 말도 없이 전학을 가버려 무척 보고 싶었다. 다행히도 얼마 전 석포에서 순화를 만났다. 그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전학 간 친구들을 생각하면 ‘흉보지 말걸’ ‘싸우지 말걸’ ‘미워하지 말걸’하는 후회도 많이 한다. 하지만, 지금은 가고 없다. 친구들이기에 사과를 할 수도 없다. 우리 학교가 조금 더 발전하면 아이들이 전학을 가지 않으리라 믿으며 이 글을 쓴다. 전학 간 아이들에 대한 생각, 더구나 그중에서도 잊지 못하는 순화 생각을 잘 썼습니다. 시골에는 이렇게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고, 도시로 가는 부모를 따라 아이들도 전학을 가니 마을도 교실도 텅 비게 되지요. 그러나 도시로 가는 아이들보다 시골에 남아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몇 명의 아이들이’는 흔히 이렇게 쓰지만 ‘몇몇 아이들이’라든지 ‘몇 아이들이’라고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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