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6-08-29 15:39
글쓴이 :
이주영
조회 : 4,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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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동시선 까만새/세종문화사/1974 차례 머리말 고추밭 매기 운동장 풍경 모래밭에 그리는 꿈 산 속의 음악회 책 머리에 이원수 이 오덕 선생님의 동시는 흔히 보는 여러 시인의 시와는 다르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유리구슬 같은 시를 보아온 어린이들에게는 하나의 놀라움이 될지도 모른다. 시가 잘 다듬어진 말로서 이루어지는 것임에는 틀림없으나, 말에 그치지 않고, 감동을 주는 생각 때문에 쓰는 이 오덕 선생의 동시는 살아 있는 인간의 생명을 지키려는 성난 외침과도 같다. 이 시집은 비교적 긴 시로서 시작되어 차츰 짧아져 간 그의 작품들을 한 눈에 보게 해 준다. 어디까지나 혼자 우뚝 솟은체 하지 않고 일하며 괴로움 속에서 자라는 한국의 서민 아동들 속에 끼어 있으면서 그들을 자기 몸 이상으로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시들이다. 지극한 사랑과 불같은 분노와, 그리고 진실에의 열띤 바램에서 씌어진 이 작품들은, 때로는 과열된 데가 있는 대로, 우리나라 동시의 새로운 앞길을 열어 보여 주고 있다고 하겠으며, 어린이들의 가슴에 뜨거운 마음을 심어 주는 사랑의 씨앗이 되리라 믿는다. 1974년 11월 20일
운동장 풍경 두 아이가 싸우고 있었다. 두꺼비가 맞아 죽었던 감나무 밑 바로 거기서.
서로 주먹으로 노리면서 틈을 보다가 드디어 치고 받고 했다.
“한 번 더!” “옳지, 잘 한다!” “발로 가라, 발로!” 빙 둘러 서서 손뼉치며 응원하는 아이들 그들은 좀 더 센 아이의 편을 들었다.
한 아이의 입술이 터졌다. 또 한 아이의 코에서 붉은 것이 흘러 내렸다. 그래도 치고 받고 지르고 차고 나중엔 맞붙어 땅바닥에 뒹굴었다.
이윽고 승리한 아이는 이마의 피를 닦으며 자랑스레 일어났다. 그리고, 응원하던 아이들에 둘러싸여 또 다른 구경거리를 찾아 가 버리고,
빈 운동장에는 피투성이의 그림자 하나만 나동그라져 있었다.
그저께 두꺼비가 떡이 되었던 감나무 밑 바로 거기서. (p.48~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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