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6-12-08 18:04
글쓴이 :
이주영
조회 : 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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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 바로쓰기2/한길사/1992 차례 머리말 제1부 제1장 우리말 살리기1 1. 우리말이 없는 독립선언문 2. 우리 글자로 써서 얼 수 없는 말은 우리말이 아니다 3. ‘미소’는 일본말이다 4. ‘통석의 염’에 숨어 있는 일본 군국주의 5. 일본식․중국글자말투 ‘에 의해’ 6. ‘큰비’와 ‘호우’ 7. 밥이 하늘이면 8. 북경아시아경기와 우리말 9. 우리 말을 버리는 교육 10. 중국글자말의 뼈대를 이루는 ‘-적’ 11. 서양말법을 따라 써도 좋은가 12. 전쟁이 터졌는가? 발발했는가? 13. 말은 누가 만드는가?―‘모람과 먹거리’ 14. ‘백성’인가, ‘민중’인가, ‘민초’인가 15. 한 시인의 글에 나타난 일본말 16. ‘분신자살기도’란 말에 대하여 17. 뿌리가 있는 말, 뿌리가 없는 말 18. 남의 말을 글로 적을 때 19. 입장(立場)이란 일본말 20. 몰아내어야 할 일본말 21. 일본말 따라 쓰는 ‘불리다’ 22. 귀에 거슬리는 ‘먹거리’ 23. 다시 ‘-적’에 대하여 24. 우리말을 쓰면 제목이 길어지는가 25. 입말과 글말 제2장 우리말 살리기2 1. ‘株價’ ‘油價’는 ‘줏값’ ‘기름값’으로 2. 중국 글자말 즐겨 쓰는 슬픈 버릇 3. 민주사회와 우리말 쓰기 4. 인사말에 대하여 5. 탁구선수들이 통일한 팀의 이름 6. 하늘은 파랗고 산은 푸르고 7. 우리말의 토 ‘의’와 일본말 ‘の’(노) 8. 일본말 닮아버린 우리 글 9. ‘…등’(等)을 쓰지 말자 10. 우리말과 궁국 글자말, 느낌이 왜 다른다 11. 체육 소식을 알리는 신문기사 12. 쓰지 않아도 되는 ‘시도하다’ 13. ‘수순’은 ‘절차’라고 써야 14. ‘내달’ ‘매달’과 ‘매년’ ‘매일 15. ‘수백여명’은 ‘수백명’으로 써야 16. 쓰레기 공해와 죽국 글자말 공해 17. ‘먹거리’ ‘입거리’ ‘읽거리’ 18. ‘중국인’ ‘일본인’ 보다 ‘중국 사람’ ‘일본 사람’으로 19. ‘레미콘’과 ‘옥탑’과 ‘하치장’ 20. ‘노견’(路肩)은 ‘길어깨’인가? 21. ‘연패’는 내리졌다는 말인가, 이겼다는 말인다 22. ‘및’은 ‘와’(과)로 쓰는 것이 좋다 23. ‘내지’(乃至)를 쓰지 말자 24. ‘종용’은 우리말이 될 수 없다 25. 귀에 거슬리는 말 ‘접한다’ 26. ‘가시화’(可視化)를 쓰지 말자 27. ‘그때 이래’는 ‘그때부터’라고 써야 28. ‘처한다’는 ‘놓인다’ ‘빠진다’로 29. ‘그러나’를 쓰는 자리 30. 일본말을 직역해 놓은 ‘-에 다름아니다’ 31. 신문제목 견주어 보기 32. 토 ‘의’를 줄여야 우리말이 산다 33. ‘에서의’가 나오는 글 34. 우리말일 수 없는 ‘에의’ 35. 잘못 쓰는 ‘로의’(으로의) 36. ‘에로’ ‘에로의’와 ‘으로서의’ 37. ‘-에 있어서’는 우리말이 아니다 38. ‘조기등산’은 ‘새벽등산’으로 39. ‘秋’와 ‘가을’ 40. ‘촌지수수’라는 말 41. 우리말 사전이 왜 이 모양인가 42. 사전에 나오는 일본말법 43. 서양말법 ‘었었다’를 몰아내자 44. ‘…한 일이 있다’와 ‘하였었다’ 45. 우리말의 때매김(時制)에 대하여 46. ‘해프닝’이란 말을 써야 하는가 47. ‘조깅’은 (천천히) ‘달린다’로 쓰자 48. 쓰지 말아야 할 서양말
제 2부 제3장 말이 살아야 겨레가 산다 1. 말과 글의 뿌리 2. 전문가들이 다 망친다 3. ‘옷’과 ‘의상’ 4. ‘돌아가셨다’라는 말 5. 남의 글 고치기 6. 우리 말 좀 씁시다 7. 과학전람회와 어린이 말 8. 유식한 말 쓰는 버릇부터 고쳐야 9. 엄마․아빠와 어머니․아버지 10. 광고문일수록 쉽게 써야 11. 알 수 없는 광고문 12. ‘미아찾기’는 ‘잃은 아이 찾기’로 해야 13. 쓰레기통에 적힌 중국글자말 14. 일본말 따라가는 우리 말과 글 15. 방안에 날아든 광고문 16. 외국 이야깃거리 기사 (1) 17. 외국 이야깃거리 기사 (2) 18. 신문기사의 글 (1) 19. 신문기사의 글 (2) 20. 우리 말이 병들어간다 21. 아직도 중국글자 망령에 사로잡힌 사람들 22. 우리 말이 숨쉬는 마지막 자리 23. 신문과 방송의 말 24. 우리 말 살리는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제 4장 듣는 말, 들려주는 말 1. 말을 어떻게 살리나. 2. 주기만 하는 말에 듣기만 하는 말 4. 방송말, 어떻게 살릴까 5. 함정에 빠진 말의 세계 제 3부 제 5장 지식인의 글과 백성의 말 1. 일본말 찌꺼기 왜 못버리나 2. 지식인의 말과 백석의 말 3. <나>와 <필자>에 대하여 4. 잡지를 만드는 사람의 횡포 제 6장 대학신문과 교지의 글 1. 대학신문의 글 2. 대학교지의 글
제 4부 제 7장 옛소설과 신소설, 이광수․김동인의 소설문장 1. 거꾸로 된 ‘문언일치’ 2. 옛소설에 나타난 중국글투 3. 이인직․이해조의 신소설 4. 이광수의 『무정』 5. 김동인의 문장론과 문장 제 8장 1920년대 대표작가들의 소설문장 1. 전영택의 「화수분」 2. 현진건의 「빈처」(貧妻) 「운수 좋은 날」 3.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두 破産」 4. 나도향의 「물레방아」「벙어리 三龍이」 5. 주요섭의 「인력거꾼」「사랑손님과 어머니」그밖 제 9장 카프 작가들의 소설문장 1. 최서해 2. 이기영 3. 조명희 4. 한설야 5. 송 영 6. 김남천 7. 이북명 8. 박승극 9. 백신애 10. 강경애 제 10장 1930년대 작가들의 소설문장 1. 박태원 2. 박화성 3. 김유정 4. 채만식 5. 이효석 6. 이태준 7. 이 상 8. 이선희 9. 홍명희 10. 김정한 11. 김동리 12. 이무영 13. 안회남
4. ‘돌아가셨다’라는 말 옛날부터 우리는 죽음을 말할 때 ‘돌아간다’고 했다. “그 어른이 돌아가셨다지요?” “녜, 오늘 아침에 가셨습니다.” 나는 이 ‘돌아가셨다’란 말이 너무너무 좋고 자랑스럽다. 세계 어느 나라 말에 이처럼 죽음을 희망으로 나타내는 말이 있던가. 본래 우리는 다른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왔다. 죽음은 본래 있었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얼마나 훌륭한 죽음에 재한 철학인가. 일본 사람들은 죽음을 ‘나쿠나루’라고 말하는데, 그 뜻은 없어진다는 것이다. 없어지는 것과 돌아가는 것, 인생을 생각하는 태도가 한 마디 말에서 이렇게 다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좋은 말을 안 쓴다. 말로는 더러 쓰는지 몰라도 글에서는 안 쓴다. 신문에서는 날마다 사람의 죽음을 알리는 기사나 광고가 나오지만 ‘돌아갔다’란 말은 아직 한 번도 본 일이 없다. 모조리 유식한 중국글자말뿐이다. 심지어 ‘죽음’이란 말조차 안 쓴다. 순수한 우리 말은 무식한 사람들이나 쓴다는 글쟁이들의 뿌리깊은 고질병이 이런 데서도 너무나 잘 드러나고 있다. ◇가을 물난리 36명 사망. ◇시인 XXX씨 타계. ◇XXX이사장 별세. 대개가 이런 꼴이다. 이밖에 신문 사회면에서 죽음의 까닭이나 모습을 나타내는 말로 소사(燒死)․수장(水葬)․몰사(沒死)․익사(溺死)․역사(轢死)․참사(慘死)․동사(凍死)․아사(餓死) …들의 말과 함께 ‘분신자살’이라든가 ‘산화’(散華)란 말을 볼 수 있고, ‘피살’ ‘살해’란 말은 자주 눈에 띈다. ‘매몰’(산사태로) 이라든가 ‘실종’(배가 가라앉아)과 같이 죽음을 간접으로 나타내는 말도 있다. 그러나 순수한 우리 말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세든 다방 여주인 소사 이런 신문 제목을 ‘세든 다방 여주인 타죽어’라고 알기 쉽게 쓰면 신문의 격이 낮아질까? ◇반항자는 살해 ◇전처 아들 한강수장 기도 이런 신문제목도 ‘반항자는 죽여’‘전처 아들 한강물에 던져 죽이려 해’이와 같이 알기 쉽게 쓰면 신문기자들이 무식하다는 말을 들을까? 그렇다면 무식하다는 말을 듣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야 한다. ◇XXX박사 타계 ◇청소부 사망 이건 누가 생각해도 잘못된 말의 계급이다. 이래 가지고 우리가 무슨 민주주의를 한다는 것인가? 대관절 우리들은 말을 너무 비민주로 쓴다. 돈이 많거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는 당치도 않은 존대말과 함께 될 수 있는 대로 어려운 중국글자말을 찾아 쓰는 것이 예의라고까지 생각하는 풍조가 온통 사회를 휩쓴다보니 그만 보통 사람들끼리도 순수한 우리 말을 쓰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게 되었다. 농사꾼이 먹는 것은 ‘밥’이지만 좀 유식한 사람들이 먹는 것은 ‘식사’이고, 아주 높은 사람들이 먹는 것은 조찬(오찬․만찬)이라 한다. 그러더니 요즘은 농사꾼들도 ‘식사’란 말을 쓴다. 보통 사람이 사는 집은 그냥 집이지만 좀 값이 나가는 집을 ‘주택’이요, 더 규모가 크면 ‘저택’이다. 시골 사람들은 ‘놀이’를 하지만 읍내 사람들은 ‘오락’을 하고. 회사의 계장이나 과장급들이 모이면 ‘레크리에이션’을 한다. 그러더니 요즘은 학교나 교회의 아이들도 ‘레크리에이션’을 하게 되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난다는 ‘난다―출생한다―탄생한다’라는 말조차 이렇게 계급에 따라 달리 쓰고 있으니, 먹고 입고 자고 일하는데 쓰는 모든 말이 비민주로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죽을 때만은 평등한 말로 대접받아야 할 것 아닌가. 죽음을 뜻하는 모든 거추장스러운 중국글자말을 과감하게 우리 말로 바꿔 쓰는 공부부터 해야 한다. 쉬운 말, 우리 말은 쓰지 않고는 결코 진리를 말할 수 없고, 민주주의를 창조할 수 없을 것이다. (p.164~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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