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6-12-08 18:06
글쓴이 :
이주영
조회 : 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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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 바로쓰기3/한길사/1995 차례 ●『우리글 바로쓰기』를 마무리 지으면서 제1부 제 1장 우리 말이 걸어온 길 1. 우리는 어떤 글을 써왔나 2. 말과 글, 입말과 글말을 견주어 본다 3. 왜 말이 쫓겨나는가 4. 우리 말을 살리는 길 제 2장 우리 겨레의 얼을 빼는 일본말 1. 신문과 잡지의 글 2. 우리 말 속에 들어와 있는 일본말 3. 우리 말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본말 4. 움직씨의 임음꼴과 그밖의 말들 5. 정서조차 일본 것으로 되어가고 6. 이대로 가면
제2부 제 3장 모든 문제가 말 속에 있습니다. 1. ‘정신대’를 생각한다 2.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겨레말 3. ‘본다’는 말에 대라여 4. 두 아이의 글 5. 그림이나 사진에 곁들인 글 6. ‘한자말’에 마취된 사람들 7. 하루 치 신문 제목 8. 올림핏 경기 소식 알려준 신문의 글 9. 머리로 만든 말과 저절로 생겨난 말 10. ‘―살이’와 ‘서리’ 11. 대통령 선거날을 알린 글 12. 선거싸움 광고싸움 13. 행정말은 쉽게 고쳐 쓴다는데 14. 달력과 우리 글자 15. 길들여진 말, 길들여진 생각 16. ‘신토불이’가 무슨 말인가 17. 천년 묵은 여우를 몰아내자 18. ‘36년’과 ‘유감’과 ‘일장기’ 19. ‘시도하려고’는 ‘하려고’로 써야 20. 나물은 캐는가 뜯는가 21. 오염된 말로는 민주언론 못 세운다 22. ‘비도한’은 우리 말이 아니다 23. ‘―으로부터의’라는 말 24. 논술 문제와 우리 말 25. 말의 실상과 글의 논리 26. 제 버릇 고치는 일도 함께 해 나가야 27. 우리 것을 잡아먹는 외국종 동식물과 외국말글 제4장 누가 말을 죽입니까? 누가 말을 살립니까? 1. 한글 운동과 우리 말 운동 2. 한자 조기 교육에 대하여 3. 우리 말 사전과 한자말 4. 겨레말 살리는 일에 앞장서야 5. 여성운동과 우리 말 바로 쓰기 6. 말과 글을 살리는 자기혁명 7. 쉬운 말과 어려운 말 8. 남 따라가는 병 9. 아름다운 우리 말 10. 병든 글, 병든 말 11. 우리 말 바로 쓰기 지도 12. 학교에서 서둘러 바로잡아야 할 잘못된 말 열 네 가지 13. ‘차세대’와 ‘신역사’와 ‘미래’ 14. ‘와해’와 ‘붕괴’ 15. 갈피를 잡을 수 없게 하는 말들 16. 지난 때를 나타내는 우리 말
제2부 제 5장 배달말은 배달겨레의 생명입니다. 1. 『우리 말 우리 글』회보를 내면서 2. 우리 말 바로 쓰기 기준 3. 권위와 이익에 매달리지 말아야 4. ‘우리 집’과 ‘나의 집’ 5. 책 읽기에 대하여 6. 손으로 쓰는 까닭 7. 이원수 선생의 글과 우리 말 8. 모두 쓰는 말인데 9. ‘백성’이 살아야 한다 10. 쌀 개방과 말 개방 11. 식민지 문화로 가는 길 12. 시와 우리 말 13. 모난 자루를 둥근 구멍에 끼워 넣기 14. 말을 살리는 길 15. 한들을 기리는 말 16.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 17. 공충채집과 사람교육 18. 그림과 우리 말 19. 허세 부리는 말과 행동 20. ‘엄마께서’ ‘아빠께서’ 라는 말 21. 겨레말을 없애자는 어이없는 망언 제 6장 말과 글, 어떻게 살릴까요? 1. 우리 말 살리기, 무엇을 합니까? 2. 단조로운 서울 말이 우리 말 발전 막아 3. ‘씌어진다’에 대하여 4. ‘먹거리’란 말을 써도 되는지요? 5. 우리 말 공부를 하면서 6. 우리 말 어떻게 씁니까? (1) 7. 우리 말 어떻게 씁니까? (2) 8. 『우리글 바로쓰기』에 대한 의견 9.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까? 10.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고쳐서 11. 소쩍새 이야기 12. 미국에서 온 소식 13. ‘초등학교’ 이름 고치자면서 일본말 버릇은 고치려 안 하니
제4부 제 7장 방송말 바로잡기 1. 말을 병들게 하는 글 2. 방송말에 대한 소견 (1) 3. 방송말에 대한 소견 (2) 4. 글말을 하지 않고 입말을 해야 5. 대통령 후보들의 연설 (1) 6. 대통령 후보들의 연설 (2) 7. 토론말에 판을 치는 일본말법 제 8장 농사말 바로 쓰기 1. ‘작물’인가 ‘곡식’인가 2. 작목․작부․식부․작황 따위 모두 농사꾼 말 아니다 3. ‘파종’에서 ‘수매’까지 4. 농사말, 누가 망쳐 놓는가 5. 어느 농민이 쓴 글 6. 농민의 삶, 농민의 말 7. 우리 말과 남의 말이 쓰이는 경우 8. ‘―에 있어’와 ‘―었었다’ 9. 사투리와 표준말 제 9장 사투리, 이 좋은 우리 말 1. 새눈․맹아리 2. 날생이․달랭이․물랭이 3. 연달래 4. 조밥꽃․이밥꽃 5. 모내기․모심기 6. 돼지와 도야지 7. 개구리․깨구리․개구락지 8. 개미․개아미 9. 매미․매아미 10. 잠자리와 철뱅이 11. 거미 12. 지렁이․지렝이․꺼생이 13. 내․연기․내굴․내구래기 14. 냅다․내구랍다 15. 시다․시구럽다․새구랍다 16. 존다․졸린다․자구랍다 17. 버들강아지․버들개지 18. 한정기 님의 편지에 부치는 말
16. ‘신토불이’가 무슨 말인가 ㅎ대학의 이사장이고 성형수술로 이름을 날린 개업의 ㅎ씨는 같은 산부인과 의사였던 부인과 함께 많은 재산을 모았다. 그런데 세 딸을 의과대학에 부정으로 넣은 사실이 드러나자 자살을 하려 했다. 이 이야기는 한동안 신문마다 크게 보도되었으니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신문기사들 가운데도 지난 4월 19일 ㅈ일보에 났던 ‘세 딸 실력도 適性도 무시, 醫師 代물림 過慾 물거품’이란 제목으로 된 기사는 세 딸이 모두 고교 성적이 아주 밑바닥으로 돌았으나 음악․미술과 같은 예능과목만은 잘했다는 사실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나는 그 기사를 읽고 그 딸아이들이 참 너무 가엾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돈과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성격에도 맞지 않는 공부를 자식들에게 억지로 시키려 했던 무지막지한 부모, 그 부모를 잘못 만난 아이들이 불쌍했다. 차라리 그 아이들이 가난한 농사꾼은 부모로 만나 농사일을 했던들 얼마나 좋았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똑같은 날짜로 나온 지방 신문 『주간 홍성』를 보는데, 거기 아주 재미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씌어 있어, 앞의 ㅎ대학 이사장의 샇ㅁ과 좋은 대조가 되었기에 여기 소개해 본다. 그 기사 내용을 대강 옮기면 다음과 같다.
어려서부터 부모를 잃고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이 평생을 가난과 함께 살아온 80세 노인이 생일날 마을 사람들을 초청해서 함께 40년을 살아온 부인과 혼례식을 가져 이야기거리가 되었다. 장곡면 원계리 1구 명천마을 박상돈 씨는 지난 11일 팔순을 맞아 마을 사람 1백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57세 된 부인과 사모관대 원삼쪽두리를 입고 자기 집에서 혼례식을 올리고 덩실덩실 춤까지 추었다. 명천마을 뒷산인 증산골산과 매봉재 사이 외딴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박옹의 집은 초가지붕 흙집에 신문지로 도배를 한, 두 평 크기의 방 한 칸과 부엌이 전부이며, 전기가 안 들어와 초롱불을 켜고 연탄도 없이 나무를 때고 있다. 여기서 논 두 마지기와 뒷산 아무데나 평평한 곳이면 곡식을 심고, 인근 무덤을 깎아주며 두 노인만 산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어려서 고아가 된 그는 이집 저집 머슴살이로 지내다가 40세에 당진에서 온 당시 17세 된 여인을 만나 이 집에 거처를 잡고 1남 2녀를 두었다. 밤에 밖에 나갈 때면 부인을 혼자 두지 않고 꼭 같이 다닐 만큼 금슬이 좋기로도 소문이 나 있다. 출가한 두 딸과 대구에서 식당 일을 한다는 올해 27세 된 아들이 이번 잔치를 주선했다는 것이다. 이번 잔치에서 박옹은 축하 돈봉투를 일체 받지 않았다. 그는 마을 잔치집에 갈 때도 봉투를 가지고 가지 않고, 상가집에 가서는 시신이 나간 방을 청소한다든지 한다. 잔치가 끝난 다음날인데도 남은 음식이라고는 부엌 나뭇단 속에 묻어둔 소주 한 병 반이 전부인 박옹은, 찾아간 사람에게 한 잔 따라주며 70세도 안 되어 보이는 정정한 모습으로 “나는 부자요. 모자란 게 없단 말이오”하고 힘주어 말했다.
돈과 재물 욕심에 모두 미쳐 있는 이 시대에 이 얼마나 신선한 이야기인가? 앞에서 든 ㅎ이사장은 자연을 떠나 돈과 재물 욕심에 얼이 다 빠진 사람이고, 시골 어느 산기슭에서 평생을 일하면서 살아온 이 할아버지는 풀같이 나무같이 자연 그대로 살아 하늘처럼 넓은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옛날부터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온 사람들은 거의 모두 이 박 노인처럼 살았다. 그들은 글도 책도 몰랐지만 그 마음과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참되었던가! 요즘 신문이고 책에서 난데없이 ‘身土不二’란 말이 많이 나온다. 굉장한 철학이라도 담겨 있는 말처럼 떠들고 있는데, 다 부질없는 짓이다. ‘신토불이’의 ‘신’자도 모르는 백성들은 옛날부터 땅을 떠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살았던 것이다. 굳이 말로 한다면 ‘사람과 자연은 하나’라고 하면 될 것이지 ‘신토불이’는 또 무슨 토째비들의 말인가? 들으니까 이게 또 일본 사람들이 처음으로 쓴 말이라고 한다. 어느 나라 사람이 쓴 말이든 그런 따위 남의 글자만을 내세워 유식한 척하는 짓은 이제 그만둬야 할 것이다. (p.110~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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