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6-12-08 20:24
글쓴이 :
이주영
조회 : 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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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 살려쓰기|둘/아리랑나라/2004 차례 머리말을 대신하며 차례 하나|우리 말 우리 글을 쓰는 사람들 우리 말 좀 합시다 즐겨 쓰는 말 시대에 앞장서는 감사원 일꾼들 방송말과 운전기사의 말 산 말을 남긴 사람, 죽은 글을 남긴 사람 우리 말 우리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 우리 것 멸시하는 같은 뿌리(영어 공용어론과 한자병기 정책) <굴렁쇠>를 아십니까? 아이들을 깔아뭉개는 어른들 우리 겨레 지키는 큰 지킴이 한글날에 나온 신문의 문장
둘|한자말을 쓰지 말아야 하는 까닭 한문글자를 쓰면 우리 말이 죽게 되는 까닭 한문글자 쓰자는 사람들의 억지 소리 어린이들에게 한문글자 가르쳐야 한다는 억지와 속임수 한자말을 쓰지 말아야 하는 까닭 ‘―적’으로 보는, 한자말을 쓰지 말아야 하는 까닭 ‘적’바로잡기 연습문제
셋|우리 말을 살려쓰려는 뜻 우리 말 살리기 운동의 목표 우리 말 살리는 겨레 운동 펴기 취지문 바로쓰기 원칙과 기준(우리 말 바로쓰기 길잡이 ‘우리말’인가 ‘우리 말’인가
덧붙임 하나|한자병기 정책에 반대한다 한글은 우리 겨레의 목숨(한자병기 정책을 규탄하는 성명서)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어리석은 수작
덧붙임 둘|한글전용법 지키기 천만 인 서명 운동 우리 말(글), 목숨 지키는 독립 선언문 ‘한글전용법’을 폐지하면 이런 글 세상이 됩니다 우리 말 우리 글을 지키는 기쁨과 자랑 이 무슨 독재정권이 하는 짓이냐 한문글자 스기 또 한바탕 난리 민정수석비서관실에 보낸 글과 문화관광부에서 온 회답
덧붙임 셋|바로잡은 낱말 모음 바로잡은 낱말 모음
|‘우리말’인가 ‘우리 말’인가| (‘우리 말’이라고 띄어서 쓴 것을 보고, 왜 붙여서 쓰지 않았나 하고 묻는 분이 더러 있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한글학회에서 낸 사전의 이름이 《우리말 큰사전》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이 사전에 실려 있는 말로 ‘우리 말’이 또 나오는데, 그 풀이를 다음과 같이 해 놓았다.
우리말 : 우리나라 사람의 말, 곧 한국말
다른 사전에도 ‘우리말’이 나오고 풀이도 이와 똑같이 되어 있다. 사전부터 이러니 신문이고 잡지고 어디에서도 ‘우리 말’이라고 띄어 쓰는 경우는 볼 수 없고 모두 ‘우리말’이라 붙여 쓰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붙여 쓴 것은 잘못되었다. 사전 이름이야 어떤 특별한 책 이름이니까 붙여서 쓸 수도 있겠지. ‘큰사전’하고 쓸 때 이것도 ‘큰 사전’이라 안 쓰고 붙여서 쓰듯이 말이다. 그러나 어떤 특별한 물건의 이름이 아니고 일반스런 ‘말’을 가리키는 경우에 그 앞에 쓰는 ‘우리’란 말은 띄어서 써야 한다. 그래야 말뜻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우리말’이라 써서는 안 되고 어디까지나 ‘우리 말’이라 써야 하는 까닭을 세 가지 들 수 있다. 그 첫째는, 만약 ‘우리 말’을 ‘우리말’이라 써야 한다면 ‘우리 글’도 ‘우리글’로 써야 한다. ‘우리나라’, ‘우리땅’, ‘우리집’, ‘우리겨레’, ‘우리학교’, ‘우리마을’…이렇게 죄다 붙여 써야 이치가 맞다. 그러니까 ‘나’를 가리키는 겹수가 되는 ‘우리’란 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를 그 다음에 오는 말에 붙여 쓰면 그만 ‘우리’가 없어진다. 둘째, ‘일본말’, ‘중국말’, ‘미국말’ 하듯이, 우리 말을 가리키는 이름은 따로 있어야 한다. ‘한국말’, ‘조선말’, ‘배달말’ 이렇게 말이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로 정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고려말’이라 할 수도 있다. 아무튼 어느 쪽을 정하든지 ‘한국말’, ‘조선말’, ‘배달말’, ‘고려말’ 이렇게 말하는 것이 우리 말을 바로 가리키는 이름이 된다. 만약 한국말(또는 조선말․배달말․고려말) 대신에 ‘우리말’을 쓴다면,
한국말(또는 조선말․배달말․고려말) = 우리말 또는 우리말 = 한국말(또는 조선말․배달말․고려말) 이니까 다음과 같은 말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말은 우리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은 모두 ‘우리말’이라 쓰고 있는가?
사전에서 이렇게 쓰고 있고 무슨 학회 같은 권위가 있는 단체나 학자들이 이렇게 붙여서 쓰고 있으니까 그 이치를 따질 엄두도 못 낸다. 또 붙여 쓰기가 편하니까 이렇게 쓰는 흐름이 되기도 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까닭은 우리 말을 가리키는 이름이 오래 전부터 누구나 시원스럽게 인정할 만한 이름으로 쓰이지 못했던 때문이라 생각된다. 지금 우리 말을 모국어로 삼고 있는 동포가 남과 북, 그리고 외국에 가 있는 사람을 합쳐 모두가 7천만이 넘는다. 이 칠천만 겨레가 모국어로 삼고 있는 말을 무슨 말이라 하는가? ‘한국말’이라고 하니 ‘남’쪽 사람 중심으로 하는 말 같고, ‘조선말’이라 하니 ‘북’쪽 사람 말 같아 ‘남’쪽의 젊은이들은 낯설은 이름이 된다. ‘배달’은 옛날부터 우리 나라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많이 쓰지 않아서 ‘남’이고 ‘북’이고 모두 귀에 설다. ‘고려’도 옛날에나 쓴 말로 들린다. 이래서 이것도 저것도 못 쓰고, 더구나 남과 북이 맞서서 자칫하면 말 하나 가지고도 오해를 사서 세상 살기도 어렵게 되어 있는 판이라 그만 무난하게 쓸 수 있는 ‘우리’를 ‘말’ 앞에 붙여서 써 버리는 심리가 된 것이다. 이것은 ‘조선어학회’란 단체 이름이 ‘한글학회’가 되어 버린 일과도 견주어 생각되는 일이다. 그런데 ‘조선어학회’가 ‘한글학회’로 바뀌었다는 것은 단순히 한 학회의 이름은 편의상 바꾸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학회의 성격부터 크게 바뀌어 버린 것으로 보인다. ‘조선어’―곧 우리 말―을 연구하는 학회라면 그 이름이 바르고 떳떳하지만 ‘한글’이라는 ‘글’을 연구하는 학회라면 문제가 된다. 글자와 글을 연구하는 학회도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한글학회랑 단체가 하는 일은 그 범위가 아주 좁아지고 줄어든다. 말을 떠난 글자와 글에만 매달려 있고 갇혀 있는 꼴이 된다. 사실 오늘날 한글학회의 문제점이 여기에 있고, 한글학회가 이름 그대로 글학회가 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얘기가 좀 다른 길로 나갔는데, 아무튼 ‘우리 말’을 ‘우리 말’로 쓰게 된 것도 한글학회가 앞장서서 이렇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모두가 ‘우리 말’은 안 쓰고 ‘우리 말’을 ‘우리말’이라고만 쓰게 되는 상태가 이대로 자꾸 가게 되면 그만 이 ‘우리말’이 굳어져서 하나의 홀이름씨(고유명사)가 된다. “그래도 좋지 않나?” 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되면 끝내 우리 말을 가리키는 이름을 우리가 찾아 가지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온 세계에 자랑할 만한 말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말을 가리키는 이름조차 없고, 있어도 말하기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한다면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인가? ‘우리’란 첫째가리킴(일인칭대명사) 겹수를 아주 없애는 데 따라서 가끔 일어나는 말의 혼란도 혼란이라 문제가 되겠지만, 우리 말의 이름조차 가지지 못한다면 이것은 아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말’이라고 띄어서 쓰고, ‘우리 말’을 가리키는 버젓한 이름을 따로 정해야 하는 세 번째 까닭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말’인가, ‘우리 말’인가? 어쭙잖은 띄어쓰기 문제 하나가 사실은 아주 큰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p.241~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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