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6-06-26 01:11
글쓴이 :
이주영
조회 : 4,708
|
이오덕의 참교육을 찾아서 1 이오덕은 평생 우리 겨레와 겨레의 어린이들이 참된 삶을 지키고 가꿀 수 있는 ‘참교육’의 길을 걸었다. 그 길을 걸으면서 책 갈피갈피에 남겨놓은 참교육에 대한 생각을 찾아보고, 요즘 우리 겨레의 교육이 나갈 길을 짚어본다. 그 첫 번째로 ‘우리 문장 쓰기/한길사’에서 찾아보았다.
사람은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쓰는 것이다. 돈벌이로 글을 파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자기표현으로 글을 쓴다. 책이 책방에 산으로 쌓이고 거리에 넘치더라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역시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생명을 이어가는 길이기 때문이다.(우리 문장 쓰기 12쪽)
글을 못 쓰거나 안 쓰는 사람 가운데는 앞에서 말한 아주머니같이 쓸 것이 없다는 사람도 있지만, 쓸 것은 있는데 쓸 줄을 모른다고 하는 사람이 더 많다. 쓰는 방법을 모른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모두가 글을 말과는 아주 다른 것으로 생각하고, 또 글을 쓰는 사람은 특별한 재주를 타고난 사람이거나 남다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고 알고 있다. 글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태도가 글을 못 쓰게 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올바른 글쓰기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우리 문장 쓰기 14쪽)
모든 삶의 글이 다 문학이 될 수는 없고 될 필요도 없지만, 문학이란 이름으로 씌어진 모든 글이 문학 아닌 삶의 글보다 그 가치가 더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마치 어른들이 쓴 글보다 아이들이 쓴 글에서 더 감동을 받는 경우가 흔히 있는 것과 같다. 따라서 우리가 문학을 걱정하고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문학의 바탕이 되는 ‘모든 사람이 쓰는 삶의 글’을 걱정하는 것은 더욱 앞서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우리 문장 쓰기 15쪽)
글은 작가나 그밖에 특수한 사람만이 쓰는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이 써야 한다는 까닭은 이만하면 알 것이다. 농민도 어민도 노동자도 상인도 공무원도 교원도, 누구나 써야 한다. 마치 말을 누구나 하듯이, 모든 사람이 쓰고 싶은 글을 마음대로 쓸 수 있어야 말이 살아나고 글이 살아난다. 사람이 살아나고 문학이 살아난다. 그런 시대가 되었다. (우리 문장 쓰기 16쪽)
글쓰기는 우리 생명을 이어가는 길이라고 했다. 우리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누구나 자기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회라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민주 사회라고 할 수 있다는 말에 대부분 교사들이 찬성할 것이다. 자기 생각을 글로 쓸 수 없는 사회를 민주 사회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민주 사회의 잣대가 될 수 있는 자기표현 교육인 글쓰기 교육이 우리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많은 교사들이 글쓰기 교육에 관심을 갖지 못한다. 여러 가지 까닭이 있겠지만 글은 국어와 문학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쓰는 것이라는 통념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그렇기에 스스로 국어교육이나 문학에 특별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교사는 굳이 글쓰기 교육을 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 나아가 어린이들도 그런 특별한 재능이 있는 어린이만 잘 쓸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학급 모든 어린이가 글을 쓰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글쓰기 교육을 열심히 하는 교사들도 있다. 그러나 ‘글쓰기’라고는 하지만 예전의 ‘짓기’ 개념인 ‘글짓기’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렇기에 어린이들이 자신의 삶을 가꾸는 글을 바르게 쓰게 하는 교육보다는 각종 대회에 나가 상을 타와 학교 이름을 빛내는 데 더 이끌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른이 쓴 아동문학을 흉내 내고, 소수 재능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꼬마 문인을 만드는 데 빠지고 있다. 글쓰기 교육은 특별히 재능이 엿보이는 몇몇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문예교육이 아니다. 학급 모든 어린이들이 말하듯이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교육, 글로 자기표현을 해야 할 때 자기가 겪은 일과 그 일에 대한 자기 마음이나 생각을 다른 사람이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쉽게 쓰는 교육, 어린이들이 이렇게 자기 삶을 쓴 글이 정말 소중하고 가치 있는 글임을 깨닫게 하는 교육이다. 교사들 글쓰기도 그래야 한다. 교사들이 우리 교육 현장에서 살면서 보고 듣고 겪은 일을 쓸 수 있어야 한다. 솔직하게 자유롭게 교육에 대한 글을 써야 하고, 교사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써야 하고, 교사로서 가르치고 배우면서 생각한 것을 써야 한다. 그래야 교사의 삶을 지키며 가꿀 수 있고, 어린이와 함께 민주주의 삶을 살 수 있고, 우리 겨레 모두가 살아날 수 있는 참교육을 할 수 있다.(우리교육, 2005년 3월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