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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5-11-10 15:09
    '빼빼로 데이' 정말 말리고 싶다!
     글쓴이 : 이부영
    조회 : 6,161  
              * 오늘 아침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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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빼로 데이' 정말 말리고 싶다!
    교실마다 난장판...정상 수업 안돼
        이부영(eboo0) 기자   
     
     
    11월 11일은 누구나 다 아는 '빼빼로 데이'다.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은 모르고 잊고 지내도, '빼빼로 데이'를 모르고 지나치는 아이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11월이 되면서부터 대형 할인 매장이나 동네 가게, 학교 앞 문방구점에는 벌써부터 화려하게 포장한 여러 가지 빼빼로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11월 11일 1자가 네 번 겹치는 날, 1자를 닮은 기다란 과자를 서로 나누어 먹으면서 보내는 것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생인 내가 먼저 과자를 사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는 11월 11일 11시 11분 11초에 다함께 먹으면서 소원을 빌어보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추억의 한 장면이었다. 그 때는 그랬다.

    '빼빼로 데이'가 언제 어떻게 누구가 왜 시작했는지 어쨌거나 세월이 가면 갈수록 '빼빼로 데이'는 영 이상한 모양이 되어간다. 작년에 수업에 들어간 반 아이들이 '빼빼로 데이'를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어 올해는 두 손 두 발을 들어서라도 막아야겠다 싶었다.

     
     
    ▲ 아이들이 주고받은 빼빼로과자 
     
    ⓒ2005 이부영
     

     
     
    ▲ 화려하게 포장된 과자들이 가방에 가득 들어있습니다. 
     
    ⓒ2005 이부영
     

     
     
    ▲ 과자가 든 가방이 책가방보다 더 큽니다. 
     
    ⓒ2005 이부영
     
    먼저 '빼빼로 데이' 때 초등학교 아이들이 사서 주고받으며 먹는 과자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상표부터가 죄다 낯선 것들뿐이다. 모양과 크기도 가지가지여서 어떤 것은 아이들 키 만한 것도 있다. 그리고 만든 곳을 살펴보니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산도 많았고, 태국산도 있고, 아예 만든 곳을 밝혀놓지 않은 것도 있다. 온갖 화려한 색채와 모양으로 치장한 포장지도 과연 식품 포장재로 적당한 것인지 의심이 가는 것이 많았다. 아이들이 가지고 온 과자에는 '빼빼로 데이' 원조라고 주장하는 국내 제과업계가 만든 '빼빼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고 이름 없는 회사에서 만든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과자의 성분을 살펴보았다. 성분을 살펴보려고 상표를 봤지만 성분을 제대로 표시한 것을 드물었다. 표시를 했어도 성의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상표에 써 있는 것을 다 써 보면 소맥분(밀, 수입산 : 미국, 호주), 초콜릿 가공품(코코아 원료 2.7%. 어떤 것은 7%), 코코아 파우다, 미분당, 쇼트닝, 포도당, 마가린(대두, 어떤 것은 팜유), 백설탕, 정제가공유지, 전지분유(우유), 레시틴(대두), 버터향(우유), 계란, 탄산수소암묘늄, 합성착색료(식용황색 4호), 경화팜커넬유, 글루코스, 소이레시딘(대두), 우유향, 차아황산나트륨(산화방지제)이다.

    이 과자를 먹으면 과연 몸에 좋을까? '빼빼로 데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빼빼로'를 선물로 주는 날인데, 이런 과자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고. 또 아이들이 가지고 온 과자들은 상표 등록 표시도 없고, 만든 곳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은 것인데. 가만 보면 오히려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이런 과자는 절대 먹지 말라고 말려야하는 것이 아닐까?

    과자를 살 때 들어가는 돈 문제도 크다. 이 날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이 없으면 이 날을 지낼 수 없다는 것이다. 작년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과자를 안 사본 아이는 한두 아이였고, 과자 사는 데 5만원에서 10만원까지 쓴 아이가 꽤 여럿 있었다.

    과자만 주는 것에서 떠나, 과자를 얼마나 예쁘게 포장하느냐, 과자를 여러 개 모아 어떤 모양을 만들어 주느냐가 중요해졌다. 그리고 많이 주면 줄수록 좋아하는 마음을 그만큼 많이 표현한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과자 사는 데 쏟아붓는 돈은 점점 더 늘어나는 것이다.

     
     
    ▲ 이 날 교실과 복도는 빼빼로를 주고 받는 아이들 때문에 하루종일 떠들썩합니다. 
     
    ⓒ2005 이부영
     

     
     
    ▲ 과자 포장지가 쓰레기통뿐만이 아니라 교실과 복도, 운동장, 학교 주변에도 많이 흩어져 있습니다. 
     
    ⓒ2005 이부영
     
    '빼빼로 데이'날은 수업이 안 된다. 과자를 들고 쉬는 시간마다 이 반 저 반 몰려다니고, 공부시간에도 줄 과자와 받은 과자를 만지작거리거나 과자를 주고받는 문제로 공부에는 영 관심이 없다. 누가 과자를 많이 받았느니, 못 받았느니 해서 마음이 상해 있는 아이들도 많다.

    또 쉬는 시간은 물론 공부시간에도 과자를 먹는 아이도 있다. 같은 종류의 과자를 하루 종일 먹고 있으니 몸인들 정상일 수 있을까? 점심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 배앓이를 하는 아이들도 많다.

    그리고 이 날 교실과 복도, 운동장 심지어 학교 주변까지 과자 봉지와 먹다 흘린 과자부스러기로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다.

    그저 남들이 하니까 나만 안 하면 이상할 것 같아 휩쓸려 하는 이런 식의 기념일,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 친구끼리 가족끼리 과자 몇 개 사다놓고 오붓하게 지내는 것까지는 뭐랄 수 없지만, 어쨌든 학교 교실에서 난리치는 것만이라도 말리고 싶다. 아니 올해는 적극 막아야겠다. 
     
     
      2005-11-10 13:52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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