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사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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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5-08-07 22:47
    죄송합니다.
     글쓴이 : 임영택
    조회 : 4,481  
            이번 여름 연수 때 제가 제 듯과는 달리 크나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노래 배우는 꼭지를 맡아놓고 제대로 그 일을 책임지지 못했으니 말이지요. 사실 변명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주영 선생님 말대로 내가 원래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지요. 또 글쓰기 회원으로 햇수만 채웠지 크게 한 일이 없다 싶습니다. 지난 토요일 정말 나에게는 악몽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서너 시간을 제자리에서만 빙글빙글 돌다보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방향 감각도 잃고, 위치 감각도 잃고, 심지어는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마저도 나질 않더이다. 금방 들은 이야기도 금방 잊고, 아무 생각을 할 수 없는 지경이고 보니 앞뒤 사정 가리지 않고 그냥 집으로 내려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요. 우리 글쓰기회에 큰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 했습니다.
    이주영 선생님의 성난 전화를 받고도 할 말이 없었습니다.
    "무슨 일을 그렇게 처리하느냐?"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냐?" 따위의 성난 질타를 받고 내가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그냥 전화를 끊어버리는 이주영 선생님의 태도를 차 안에서 내내 생각했습니다.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요. 일을 맡아 준비하고 운영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큰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내가 정말 큰 잘못을 저질렀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세상에 나서 40여년을 살아오면서 그런 심한 말을 처음 들어 본 터라 제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컸습니다. 이주영 선생님을 탓하지 않습니다. 제 잘못이니까.
    그러면서 그 동안 나는 글쓰기 회원으로서 무엇을 했나라는 생각에 이르니 별로 한 것이 없더군요. 그저 회원으로 이름만 올려 놓고 아이들에게 제대로 글쓰기 교육 한 번 한 적이 없다 싶은 게 저는 회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 같은 사람이 있어 글쓰기회가 발전을 더디하는 가 봅니다.

    무엇보다도 죄송스러운 것은 그 동안 자격도 없는 회원을 보듬어 주고, 아껴주신 많은 회원들께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아래에 올려 놓았던 악보자료도 제 임의로 삭제하였습니다. 제가 옹졸한 지 모르겠습니다만, 꼭 이번 일 때문만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랄 뿐입니다.

    사실 16년이라는 오랜 기간 늘 마음을 차지하고 있었던 모임을 떠난다고 결정하기 까지 무척 힘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지금 존경하는 회원들께서는 한창 연수 중인데 말이지요.
    모조록 언제나 참교육의 길에 앞장서는 회원 여러분이길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이부영 05-08-08 06:07
     
      지금 한창 연수중인데, 일이 있어 미리 나와 제가 먼저 이 글을 봅니다. 김종욱 선생님과 선생님이 보내 주신 노래를 부르면서 선생님과 함께 불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무척 아쉬웠습니다.
     토요일, 다락원을 코 앞에 두고 헤매다 그만 내려가실 수 밖에 없었던 선생님의 심정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서울 사는 저도 선생님과 같은 길로 가다가 무척 헤맸거든요. 바쁜 일정에 연수를 위해 미리 악보도 올려놓으시고, 선생님들과 좋은 노래 함께 불러볼 생각하시며 먼길 달려오셨는데.... 고생한 보람도 없이 제자리로 돌아가셨으니 그 마음이 오죽하셨을라고요. 그래서 더욱 이주영선생님의 말씀에 상처를 크게 받으신 것 같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이 참에 우리 회를 떠나신다고요? 이 말은 좀 섭섭합니다. 이번 일 때문이 아니라 그러셨는데,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선생님이 받은 상처가 빨리 아물 수 있기를, 마음이 편해지시기를 바랍니다.
    김현숙 05-08-08 19:00
     
      임영택 선생님! 저 김현숙이에요. 이번 연수에 참가했어요. 선생님께서 작곡하신 노래를 부르면서 "정말 참 좋다"라고 다시 한번 느꼈어요. 그동안도 가끔 길을 가다가 중얼거리고 했지요.
    제가 이렇게 한글글쓰기연구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임영택 선생님과 김종욱 선생님 덕분이지요. 얼마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지 몰라요. 임영택 선생님을 보며 나름대로 교육철학도 잡아갔고,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거든요.
    선생님께서 글쓰기회 회원으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신 것 같아요. 저처럼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에게 삶과 글쓰기와 교육을 다시 생각하게 해 주셨잖아요. 저처럼 선생님으로부터 교육의 길을 보게 된 교사가 한둘이 아닐걸요. 저는 선생님과 함께 무너미에 가서 학급문집을 가지고 오던 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급문집을 만났던 그 날을요.
    능력과 열정이 뛰어나서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는 임영택 선생님! 힘내세요. 맡은 일이 너무 많아 늘 안쓰러웠답니다. 힘내세요!!! 
    이주영 05-08-10 11:52
     
      임선생님
    이번에 제가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또 그 일로 임선생이 이렇게 회를 탈퇴하겠다고 하는 행동이 정말 옳은 것인지 다시 한번 잘 생각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저한테 전화 한통화만 했으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서너시간씩 헤맸다는 것부터, 그리고 저한테 전화 한 통화없이 집으로 가겠다고 고속도로로 들어간 것이며, 이렇게 탈퇴하겠다고 하는 것이 우리 현실인가? 안타깝기도 하고, 이해도 안 됩니다.
    임영택 05-08-10 16:30
     
      꼭 이번 일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앞 선 글에서 밝혀 드렸습니다. 이해하시기 어렵겠지만 저 자신이 글쓰기 회원으로서 제대로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저 자신 스스로 무력해졌음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더 수양을 쌓아야 겠다 싶습니다. 더 나은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지요. 하여간 항상 훌륭하고,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계시는 글쓰기 회원들께 무리를 일으키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제 행동이 옳지 않고 경솔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요. 이해가 안된다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제 더 이야기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익승 05-08-15 18:43
     
      임영택 선생님.
    처음 여기 들어와 글을 봅니다. 임 선생님, 지금 당장 탈퇴를-하셨는지 어쩐지 잘 모르지만, 하셨다면-취소하세요. 요즘 글쓰기회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시잖아요. 한 사람의 힘이라도 모아야지요. 김현숙 선생님 글만으로도 탈퇴를 취소할 명분이 넉넉합니다. 제가 아는 임 선생은 다정다감에 능력 많으신 보석같은 분입니다. 감물초등학교에 계실 때 지도한 아이들 글 생각도 납니다. 신명나게 우리를 가슴 뛰게 하실 줄 아는 몇 안 되는 우리 모임의 '꾼'이잖아요. 선배로서보다 같은 길 가는 동지로서 간곡하게 말합니다. 저도 글쓰기회에서 적잖은 상처 받았지만 이렇게 있잖아요. '그냥 있기만 해도 힘이 됩니다'하는 어느 후배님 말을 믿기로 했습니다.
    임 선생님, 이런 글 쓰는 제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으시겠지요? 나중에 웃으며 막걸리 한 잔 합시다. 임 선생이 작곡한 많은 노래를 <우리 아이들> 같은 데서 보며 얼마나 부러웠는데요. 모처럼 연수회에서 임 선생 볼 생각에 얼마나 즐거웠는데요... 나같은 생각 나 하나만 아닐 겁니다. 이주영 선생 처지를 이해하고도 남으실 임 선생 아닌가요?
    줄일게요.